일상 에세이
어젯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서 4학년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엄마, 산타 진짜 있는 거 맞지? 친구들이 자꾸 산타 없대~ 우리 집에 산타 왔었다고 하니까 부모님이 돈 내고 부른 거래~"라고 말하는 것이다.
산타를 존재시키기 위해 수년간 나름의 노력이 있었다.
포장지를 중복해서 쓰지 않는 것, 외국인 산타를 집으로 부른 것, 크리스마스 즈음 라디오 방송에서 '언제 산타가 없다는 걸 알았나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라디오를 다급히 꺼버린 것, 산타가 집으로 어떻게 들어오는지에 대한 의문에 태연하게 대답해 주었던 것 등 사소하지만 정신적, 물질적 품이 드는 것들이다.
너무나 구체적으로, 진심으로 물어보는 4학년 아들에게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었다. 진실을 말해주고 나니 이제야 몇 가지 의문점이 풀린다는 듯 이야기했다.
"어쩐지~ 그 외국인 산타가 유준이랑 내 성향을 너무 잘 알더라고, 그 편지도 엄마가 쓴 거지?"
"난 진짜 산타가 있다고 믿었는데, 친구들한테도 계속 산타 있다고 말했단 말이야.. 부끄러워~"
그러더니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내가 오해할까 봐 한마다 덧붙인다.
"나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행복해서 우는 거야. 엄마 고마워, 그동안 나 행복하게 해 주려고 노력해서"
"유준이한테는 아직 비밀로 하자. 아직 지켜주고 싶어~"
나는 그 말에 목이 메어 겨우 한마다 했다.
"얼른 자~"
그리고 나도 슬퍼서가 아니라 행복해서 소리 없이 울었다.
언젠가 깨질 환상이라도 잠시 한때만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환상을 단 몇 해라도 지켜주기 위해 애쓴 마음을 알아줘서. 그것 또한 지극한 사랑이었다는 걸 알아줘서.
그렇게 우리는 산타의 장례식을 치렀다.
동화에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우리가 쓰는 동화는 짙어지는 가을밤처럼 점점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