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요양보호사가 휠체어를 밀고 들어온다
마른 장작같은 노인이
휠체어에 앉아있다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린다
요양보호사가 말한다
요 며칠간 눈도 잘 못 뜨시던데
손녀딸 왔다고 눈도 뜨신다고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눈앞이 뿌옇다
죽음이 가까운 들숨과 날숨은
위태로웠다
서울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할머니의 부고를 들었다
할머니의 부고도 장례식도
이상하게 초현실적이었다
지금도 내 핸드폰 연락처엔
할머니가 저장되어 있다
누군가 할머니의 번호를
쓰기 시작했는지
카톡 친구추천에 할머니가 떴다
그 할머니가 그 할머니는 아니겠지만
괜시리 반가웠다
할머니와 같이 살던 어린 시절
악몽을 꾸고 잠시 깼을 때
푹신하고 따듯한 할머니 품에서
모든 두려움이 사그라들었다
세상은 안전하단다
항상 지켜줄게
그 냄새와 촉감이
그렇게 말해주엇다
환한 가을볕같은 사랑을 주고
할머니는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