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지개물고기 Nov 12. 2024

우리 할머니

요양보호사가 휠체어를 밀고 들어온다

마른 장작같은 노인이

휠체어에 앉아있다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린다

요양보호사가 말한다

요 며칠간 눈도 잘 못 뜨시던데

손녀딸 왔다고 눈도 뜨신다고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눈앞이 뿌옇다

죽음이 가까운 들숨과 날숨은 

위태로웠다


서울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할머니의 부고를 들었다

할머니의 부고도 장례식도

이상하게 초현실적이었다

지금도 내 핸드폰 연락처엔

할머니가 저장되어 있다

누군가 할머니의 번호를 

쓰기 시작했는지

카톡 친구추천에 할머니가 떴다

그 할머니가 그 할머니는 아니겠지만

괜시리 반가웠다


할머니와 같이 살던 어린 시절

악몽을 꾸고 잠시 깼을 때

푹신하고 따듯한 할머니 품에서

모든 두려움이 사그라들었다

세상은 안전하단다

항상 지켜줄게

그 냄새와 촉감이

그렇게 말해주엇다

환한 가을볕같은 사랑을 주고

할머니는 떠났다


작가의 이전글 산타 장례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