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주의보

by 무지개물고기

붓끝으로 테두리를 그린다

단정하고 단호하게

손목을 긋는다


욕을 쏟아낸 다음

달콤한 혀를 내미는

입술이 너를 지켜준다


먹을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어서

지금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 때만

살아 있었다


나머지는 비어있는

나머지는 비어있는


점들이 모여서

그림이 된다


낙엽이 바스러지기 전에

조금 더 바스락거리기로 해

딸이 집을 나가거나

곰이 울타리를 넘을 때

조금씩 더 안전해지니까


눈이 내린 오후에

애프터 눈 티를 마시기로 해

따사로운 햇살에

눈이 다 녹아버리기 전에


눈발이 거세지면

창문을 닫고

여백이 되기로 해


창문 안에서

창문 틈에서

창문 바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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