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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Dec 26. 2023

폭설주의보

붓끝으로 테두리를 그린다

단정하고 단호하게

손목을 긋는다     


욕을 쏟아낸 다음

달콤한 혀를 내미는

입술이 너를 지켜준다


먹을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어서     

지금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 때만

살아 있었다


나머지는 비어있는

나머지는 비어있는


점들이 모여서 

그림이 된다     


낙엽이 바스러지기 전에

조금 더 바스락거리기로 해

딸이 집을 나가거나

곰이 울타리를 넘을 때

조금씩 더 안전해지니까 


눈이 내린 오후에

애프터 눈 티를 마시기로 해

따사로운 햇살에

눈이 다 녹아버리기 전에


눈발이 거세지면

창문을 닫고

여백이 되기로 해


창문 안에서

창문 틈에서

창문 바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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