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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습작

by 무지개물고기

더 큰 불행을 상상하면서 작은 불행을 견디는 건

소녀의 습관이 되었어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은 거라고 주문을 걸고

소녀가 상상하는 더 큰 불행을 견디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차마 입 밖으로 꺼내는 불손함을 겨우 참아내고

그래 그보다야 낫겠지


오늘은 절반만 즐거운 하루였어

절반만 즐거운 게 어디냐고

특별한 하루를 바라던 소녀는 자라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하루를 바라고

아무 일도 없는 하루에 감사하는 어른이 되고


너무 큰 불행이 싫어서

너무 큰 행복을 피하고

그러니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그런 어른이 되고


소중하면 두려워

두려우면 소중해


그 순간을 그 사람을 얼려둔다면

어느 시절에 꺼내볼까

은하수 같은 시간이 흘러서

아무것도 흐르지 않을 때

이제는 흐를 눈물이 없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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