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오래 아픈 너의 정수리 냄새를 맡으며
소리 죽여 울었다
끙끙 앓는 소리와
아픔을 참는 소리
세상에 참을 수 없는 소리가
있다면 그런 것들이겠다고
아무리 자식이라도
대신 아파 줄 수는 없다는
당연한 말을 혈류에 새기고
제 몫의 아픔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자식을
풍경처럼 바라보고
날계란이 뜨거운 열 속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듯
아픔 속에서 단단해지렴
아픔을 뚫고 나오렴
강한 사자가 되렴
향긋한 너의 정수리에 코를 박으며
무의미와 무질서와 무쓸모에서 그럴 듯한 것을 찾아 헤매는 지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