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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구두와 친절

일상 생각

by 무지개물고기

매일 아침 출근길에 들르는 카페가 있다.

카페 주인은 성격이 푸근해 보이는 중년 부부다.

빨간 구두를 신고 간 어느 날이었다.

앱으로 주문한 커피를 가지러 픽업대에 걸어가는 나를 보더니

주인아주머니가 한마디 하신다.


"어머, 구두가 너무 이뻐요."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한다.

커피를 받아 들고 돌아서는 나에게

"지혜님 덕분에 기분이 화사해졌어요."


그 한마디가 건조한 아침에 생기를 주었다.

나는 그런 사람 앞에서 언제나 부끄럽다.

계산 없이 친절한 말을 건네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못되기 때문이다.


나의 불안에 골몰할 때면

눈앞에 핀 장미도 아름다운 줄 모르는 무지와

저마다의 방식으로 누구든 짊어지고 있을 짐을

눈치채지 못하는 어리석음 때문이다.


삶이 잿빛일수록

화사하고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하늘 거리는 치마를 입어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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