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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 드는 태도에 관하여

일상 생각

by 무지개물고기

자기 전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날 일어난 일들과 내일 스케줄에 대해서 때로는 나도 잊고 있었던 기억들에 대해서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나눈다.

마치 어린 시절 "이제 자자"라는 말을 거듭하면서 끝없이 수다를 떨다 잠들던 나와 내 동생처럼.

그러다 5학년 첫째가 지나가듯 오늘 일어난 이야기를 말해주었는데 마음이 쓰이는 내용이었다.

아이가 마음을 다쳤을까 걱정되어 그 이야기를 파고들려고 하는데 제동이 걸렸다.

"엄마, 그만 물어봐~ 나 괜찮아. 이런 누추한 기분으로 잠들고 싶지 않아~"

누추한 기분이라니.


상황에 적합한 단어는 아니었지만 그 의미를 대충 알아차렸다.

그러더니 "엄마, 그때 그거 진짜 웃기지 않아?"로 시작하는 최근에 재밌었던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웃었다.

이미 먹구름이 낮게 깔린 내 마음과는 별개로.

잠에 드는 나의 태도는 그러했다.

그날의 좋았던 일보다는 그날의 불안, 그날의 찝찝함과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걱정의 콜라보.

그렇게 꼬리를 무는 불안과 걱정을 교대로 한 후에야 잠이 든다.


나는 또 아이에게 배웠다.

잠에 드는 태도에 관하여.

자신에게 일어난 일 중에 명랑한 일을 떠올리고 명랑한 기분으로 잠에 드는 그 선택적 단호함에 대하여.

"예준아, 넌 엄마보다 강한 것 같아."

"이제 그만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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