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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끄면,

일상 생각

by 무지개물고기

어둠이 좋다. 완전한 어둠은 아니고 어스름한 어둠.

빛이 좋다. 인위적인 환한 LED조명은 아니고 오후의 햇살.


어느 날부터인지 몰라도

나는 나를 감추는 일에 익숙했다.

온전한 내가 되기 위해서

타인의 내가 되었다.


인생은 어차피 연극이라니까

여러 개의 작은 역할을

맡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불속 같은 어두운 곳에 있으면

연극이 끝난 후의 후련함과 나른함

안도감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온전한 나여도 괜찮은.

양수 속에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태아처럼 다독다독.

눈을 뜨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이불 밖 세상으로 나갈 용기를

밤새 그러모아

빛 속으로 한 발 조심스레

내딛는 그런 마음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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