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생각
스승의 날 일찍 퇴근하고 다음날 아침, 다른 학년 선생님에게서 꽃 배달이 왔다. 작년에 졸업한 진아가 전달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난 작년에 6학년을 하지 않았고 써진 이름이 순간 떠오르지 않아서 메신저를 보냈다. "선생님 이거 왜 저에게 배달이 된 거죠?" 그 선생님은 "전교어린이회 활동하면서 감사했다고 전해달라고 하던데?"라고 답을 하셨다. 그제야 진아가 머리에 떠올랐다.
작년에 자치회 담당을 했고 2학기 전교 임원선거에서 일종의 사고를 치고 말았다. 전교 임원선거가 끝나고 선거위원들과 후보자들을 우리 반에 불러서 각 반 투표 결과를 화면에 띄우고 부르면서 카운팅을 했는데 아이들과 수작업으로 우선 하다 보니 카운팅에 오류가 생긴 것이다. 진아가 전교 회장 당선이라고 말을 해놓고 보낸 후 엑셀파일로 정리를 하는데 두둥!! 전교 회장과 부회장이 뒤바뀐 것이었다. 다급하게 교장, 교감님께 이야기를 하고 나에게 남은 가장 큰 숙제는 학부모에게 전화를 거는 것.
진아 엄마는 자기는 딸이 실망하는 걸 절대로 보고 싶지 않다. 딸을 이렇게 키우지 않았다로 시작해서 격양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고, 지금은 진아가 학원에 가 있으니 나에게 번호를 알려주며 이따 몇 시쯤 전화를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부회장을 만약 진아가 하기 싫다고 하면 안 하겠다고 선포했다. 마치 상을 줬다 빼앗는 것 같은 상황이라 미안한 마음으로 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황을 설명하니 진아는 엄마와 달리 아무렇지 않은 듯 씩씩하게 말했다.
"그래도, 부회장은 된 거잖아요~ 괜찮아요!"
아무래 그래도 서운했을 텐데 그렇게 말해주는 진아가 기특했다.
그리고 한 학기 동안 진아는 전교 부회장으로서 각종 자치회 일들을 해냈고 졸업 무렵 졸업앨범을 가져와서 뒤에 한마디 적어 달라고 하면서 전교 자치회 경험이 자기에겐 참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했다.
진아 어머님과 진아를 떠올리며 그런 생각을 했다.
아이는 엄마가 생각하는 그릇보다 더 크게 자랄 수 있다고.
아이는 엄마의 걱정과 불안이 아닌 경험 속에서 성장한다고.
작년에 실수한 것도 모자라 이름도 잠시 잊었던 나에게 전해진 생화 한 송이를 보낸 진아야,
"역시 넌 정말 괜찮은 아이였어. 처음 봤던 그 느낌대로 말이야."
*진아는 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