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높은 산 위였다.
이미 높은 곳에 있었는데 그는 더 높이 오르기로 작정한 듯하다.
한 발. 한 발.
위태로운 걸음으로 더 위로, 위로 오르는 모습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순간 균형을 잃은 그가 두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주변의 공기를 가르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찔하고 비현실적인 장면이었다.
"그는 죽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에 그의 두 손이 기적처럼 돌출된 나뭇가지를 움켜쥐었다.
"살았다"
몇 초 사이 생과 사의 길목에 선 완전히 놀라지도, 완전히 안도하지도 않은 채로
잠에서 깼다.
눈을 뜨고 '진짜' 현실로 돌아왔는데도 가슴이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높은 곳에 닿으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었을까.
산다는 것은 어쩌면 안전장치 없이 추락하는 순간에 발견한 나뭇가지를 필사적으로 움켜쥐는
일련의 반복된 과정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