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에세이
감동적인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한 편의 잘 짜인, 그래서 진부하고 전형적인, 어린 시절 모두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건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니야.
감동적인 이야기란 어떤 건데?
감동적인 이야기에서는 누군가가 죽거나 희생당해야지.
그건 슬픈 이야기 아니야?
아니지, 중간에 누군가 죽거나 희생당하지만 마지막엔 모두가 행복해지는 거야.
감동:크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임
그렇지 우린 웬만한 일에는 크게 느끼지 못하지.
담장에 흐드러지게 핀 새빨간 장미를 보지 못하고
머리칼을 이리저리 흔드는 오월의 바람을 느끼지 못해.
새소리와 함께 어스름을 걷어내는 조용한 방문객과
마땅하게 여겼던 타인의 사소한 배려에도
좀처럼 마음이 움직이지 않지.
누군가의 봉분 위에서
그러니까
살갗을 도려내는 어떤 분명한 아픔 이후에
얻어지는 평화로운 일상
그 이후의 또 평화로운 일상을
감동적인 엔딩이라 부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