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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내일, 어쩌면

일상 에세이

by 무지개물고기

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가족의 임종을 못 지킨 사람이 의사에게 물었다. “저희 누나 가는 길에 너무 많이 고통스러워하지는 않았나요?” 진통제를 계속 넣어주었고 마지막 표정이 편안해 보였다는 의사의 말에 남자는 거듭 감사하다고 했다.


우리가 생각할 땐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목을 메 죽을 때 상상도 못 할 만큼 고통스러울 것 같잖아.

그런데 그 죽는 순간에 몸에서 엄청난 양의 세로토닌을 내뿜는대.


언젠가 어디에서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입맛도 없는데 저녁에 국수나 해 먹을까?

그런 일상적 대화를 주고받고선

국수를 먹는 저녁이 다가오기도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져 결국 일주일을 못 넘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어는 나, 너, 혹은 우리 모두.


아기를 낳을 때 얼마나 아픈가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입니다.

아이를 둘이나 자연분만으로 낳았고

하나는 그나마 무통주사를

하나는 그저 날 것으로 그 고통을 겪었지만

그 고통의 정도와 생생함은 잊히고 말았다.

오래 전 망각의 강을 건너 이 세계에 온 것처럼


죽는 순간의 고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죽어본 적이 없으니

그건 정말 말 그대로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일 거라 착각한다.

동시에 그 착각이 정말 ‘착각’ 일뿐이기를 기대한다.


이를테면, 죽음 직전에 많이 고통스러워했는지 궁금해하듯이. 어쩌면 그다음일 우리의 죽음 역시 그 끝은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국수를 먹는 일을 미루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다음 식사는 마침내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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