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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이 있다

일상 에세이

by 무지개물고기

나의 큰엄마는 어린 시절 나의 롤모델이었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백화점에 출근할 때마다 능숙하게 드라이한 머리와 높은 구두, 세련된 정장스타일의 옷차림, 향수냄새, 그리고 패션의 완성인 아름다운 미모까지.

내가 나중에 결혼을 하고 아줌마가 된다면 큰엄마 같은 아줌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그렇게 세련되고 날씬하고 아름다울 줄 알았던 큰엄마의 지금 나이는 7학년에 들어섰다.

여전히 그 나이대에 비해 큰엄마는 세련됐지만 어디지 모르게 머리 스타일도, 체형도 그 나이대로 보일 만하도록 변하고 있다. 나이에 맞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나도 언젠가 운이 좋다면 육십 대, 칠십 대, 팔십 대에 걸맞은 걸음걸이와 옷차림으로 살아갈 것이다. 요즘같이 장수하는 시대에도 나와 비슷한 또래에 벌써 세상을 떠난 주변인들이 몇 있다. 나는 그걸 생각하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 사람의 웃는 표정과 목소리가 또렷한데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변한다는 건 살아있다는 거겠지.

첫사랑이 지나가도, 반짝반짝 빛나던 청춘이 그리워도, 욕심과 꿈의 크기가 변해도

너무 아쉬워하지 말기로.

엄마, 꽃은 왜 일찍 죽어?

둘째 아이의 질문에 말문이 막혀 "그냥... 예쁘니까?"라고 대답한 그 어느 날처럼.

너무 예쁜 꽃, 활짝 핀 꽃도 좋지만 들풀처럼 흔하고 늘 그 자리에 있는 것도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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