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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포기하고 싶을 때

넷플릭스 <별나도 괜찮아>

by 무지개물고기

넷플릭스 미드 <별나도 괜찮아>에서 케이시는 학교 육상팀 선수이다.

육상으로 UCLA 입학을 앞두고 있는 유망한 육상선수로 매일 훈련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육상 경기 출발신호가 울려 퍼지고 다른 선수들은 모두 출발하지만 케이시는 출발조차 하지 못하고 터덜터덜 걸어서 돌아간다. 케이시에게는 달리기가 즐거움이었고 산소통과 같은 존재였지만 자신의 존재와 대학 입학마저 '달리기' 퍼포먼스를 통해 증명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자, 달리기는 더없이 부담스러운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케이시는 한동안 달릴 수 없게 되고 육상마저 포기하려고 한다. 결국 어떤 계기로 자신이 달리기 자체를 좋아했던 그 순간의 느낌을 다시 찾게 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육상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나에겐 '글쓰기'가 이와 같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즐거웠고 글을 쓰는 순간이 행복했지만 시간이 지나 글로써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생기자 글을 쓰는 일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냥'이 아니고, '잘' 써야 한다는 기대가 생기자 글을 쓰는 일이 더 이상 즐겁지만은 않았다. 일정한 속도로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손가락이 더는 움직이지 않을 때 더없이 쓰고 싶은 마음과 한 글자도 쉽게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은 결국 한 마음이었다. 케이시가 달리기 자체를 즐거워하던 처음의 느낌을 다시 되찾은 것처럼 나도 어색하고 볼품없어도 그냥 쓰는 것 만으로 좋았던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다. 그러려면 화려한 퍼포먼스는 보여주지 못해도 그저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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