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고 온 이유

이건 내 우산이 아니야

by 무지개물고기

줄넘기 학원에 우산을 가지고 갔던 2호가 돌아올 때는 비를 쫄딱 맞고 왔다.

우산은 어디 갔냐고 물으니 누군가 (아마 착각으로) 자기 우산을 가져가서 비를 맞고 왔다고 한다.

남는 우산이 많이 있었고 관장님이 우선 그중 하나를 가져가라고 했는데 그냥 왔단다.


"유준아, 그럴 땐 우선 남는 우산 중 하나 가져와서 나중에 다시 가져다주면 되는 거야~"

"그건 나쁜 거야~ 그럼 그 우산을 가져온 다른 친구는 비를 맞고 가야 하잖아"


줄넘기 학원에는 잉여 우산이 꽤 있는 상태였다.


"누군가 유준이 우산을 착각해서 가져간 거잖아. 그럼 우선 다른 우산을 쓰고 와서 가져다주면 돼"

나는 앵무새처럼 비슷한 말을 반복해서 그 정도의 융통성을 가르치려고 애를 썼지만 돌아오는 답은 단호했다.

"내 우산은 없는 거잖아. 다른 거 가져가는 건 나쁘다고 생각해"


그리고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래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옳고 그름의 기준이 어쩌면 나보다 단순하고 명확하며 단호했다.


이 대목에서 연못에서 도끼를 들고 나오는 산신령이 떠오른 건 왜일까.

이 도끼가 네 도끼냐..

때 묻은 나는 요즘 금값이 얼만데, 저 금도끼도 어차피 누가 잃어버리고 안 찾아간 거겠지 하며 덥석 받아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픽 웃음에 새어 나왔다.

우리 2호에게는 융통성을, 나 스스로에게는 도덕성을 조금 보충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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