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와 나

밥을 짓듯 시를 짓는 여자

by 무지개물고기

나는 끓는 물이에요

그대는 냄비에요


그대 안에 내가 출렁거려요

나는 불이에요

그대는 냄비에요


내가 입김을 호호 불기 시작하자

그대는 조금씩 달아올라요

따뜻했다가

뜨겁다가

참을 수 없어져요


나는 수증기로 투명하게 사라져가요

그대 안에 출렁거리던 내가

보이지 않아요


그대의 낯빛은 꺼멓게 타들어가요

3도 화상을 입을 때까지


그대의 얼굴을 보지 못한 나는

여전히 거세게 입김을 불어요

그대는 물기도 없이

깡마르게 타들어가요


나는 그대 안에 끓는 물이에요

나는 그대를 달구는 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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