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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Dec 26. 2023

가지 치기

밥을 짓듯 시를 짓는 여자

절름거리는 늙은 나귀처럼

시간은 엎드린 상여와 같이 

적막하게 가지를 치고 있다     


새벽 여섯시 핸드폰 모닝콜이

죽은자를 흔들어 깨운다   

  

가지와 가지사이

또 다른 시간의 가지로

덧칠해나간다


가지와 가지 사이

싱싱한 햇모과같은 

기억이 열리고

기억이 채색되고

잘 여문 씨앗이 

심장부에 납탄처럼 박힌다     


가지와 가지 사이 

또 하나의 가지가 돋아나며

빛바랜 기억의 열매를 툭!

떨어뜨리고     

    

쏟아지는 졸음을 버티는

낙타의 속눈썹같은 열매가 

짧고 차가운 비명을 내뱉을 즈음


모닝콜이 울리고     


가지 사이 잔가지를 치고

기억이 자라 

슬픔이 된 열매가 

떨구어지며 남겨놓은 자리     


핏방울을 적시어 

새로이 자라나는 가지 끄트머리에

채색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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