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짓듯 시를 짓는 여자
아무것도 되지
않으려다가
모든 것이 되는
추상화처럼
오래된 유물 같은
눅눅한 기억이
발굴되었다
장대비가 내린다
눈을 질끈 감고
귀를 한껏 닫고
분노가 폭발한 자리
화산재처럼 쏟아진
잔여물을 쓸어 담는다
세차고 중립적인
장맛비가 그친 순간
고요한 모든 것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답이 하나인 방정식
봄날에 부는 바람
쉼표와 동그라미
불안하고 안온한 유년을
꿈에서 거북이 되었다
단단한 껍질을 가진
등을 한껏 웅그리고
목을 집어넣는다
밖은 너무 춥거나 더우니까
폭력적이거나 온정적이고
너그럽거나 잔인하고
진부하거나 충동적이니까
긴 장마가 끝나고
긴 목을 꺼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