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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물고기 Dec 26. 2023

달력의 기원

밥을 짓듯 시를 짓는 여자

금요일 오후에는

환호성을 지르고

일요일 오후에는

한숨을 내쉬고

월요일 오후에는

하품을 하는

월화수목금토일은


언제나 참 재미있었다로

끝나는 일기 같다

쳇바퀴를 돌면서

한 발을 디딜 때마다

다른 곳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햄스터처럼

지루하고 이상하다


그날에는

그날의 무게가 있다

그날의 색채와

그날의 향기가 있다

눈을 뜨기 싫은 날과

눈을 뜨고 싶은 날이

꿈을 더 꾸고 싶은 아침과

꿈에서 깨고 싶은 아침이

있다


크리스마스에는 왜

축복하고 용서하는가

연말연시에는 왜

반성하고 다짐하는가

어떤 날이 되면

다른 생명체가

되는 것처럼

그, 런 호들갑을

견딜 수 없다


인간을 길들이기 위해

달력이 만들어졌다

빨강과 검정

7과 12를 페달처럼

밟으면서 굴러가는

자전거 위에

앉아서

빠르게 더 빠르게

움직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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