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이는 첫 돌 즈음에 이앓이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과거 이앓이 때 보였던 증상이 며칠 전 찾아왔습니다. 아이는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고 오래 동안 울다가 잠이 들었는데 중간중간 계속 깨서 우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그다음 날은 밥도 싫고, 분유도 싫다 하고 물도 싫다 하여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육아의 경험이 많은 이웃사촌이 망고와 달달한 사탕 그리고 약간 짭짤한 과자를 먹이면 좋다고 조언해 주어서 시도해 보았습니다. 아이는 막대 사탕을 잘 빨아먹고 (나트륨 섭취를 위한) 약간 짭조름한 과자도 잘 먹더니 상태가 약간 좋아졌습니다.
그러던 중 아이의 입안을 들여다보니 혀 바닥에 염증이 생긴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앓이보다는 아마도 구내염 때문에 이 녀석이 그리도 찡찡거렸던 것 같습니다. 이 녀석 3일간 찡찡거렸으나 지금은 다행히 회복 중이어서 병원을 가지 않아도 되어 한시름 놓았습니다.
아이가 아파서 울 때는 우는 아이를 달래면서 부모의 마음도 아파옵니다. 아이가 아플 때는 안쓰러운 마음에 평소에 먹이지 않았던 것들을 주게 됩니다. 나는 사탕과 아이스크림은 매우 달아 비만이나 치아 문제를 초래할 수 있고, 과자는 밥을 먹는데 방해할 수 있어서 웬만하면 아이에게 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찰스 아빠는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몰래몰래 주지요). 이번 통증을 계기로 하지만 곰곰 히 생각해 보니 사탕은 밥을 잘 먹지 못할 때 포도당의 역할을 톡톡히 하여 병원에 가서 포도당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는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옛날이야기 중에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아기가 아주 어렸을 때는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다는 것을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예방접종을 받으러 가면 병원에서도 싱글벙글 웃다가 주사를 맞으면 ‘앙~’하고 울고는 금방 그치곤 하였지요. 그러나 아이가 크고 나서 주사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작년 소아과에 A형 간염 예방접종을 맞으러 갔었습니다. 아이는 주사를 맞기 전 코~자고 있어 병원에 왔다는 사실을 모른 채 자고 있었지요. 주사를 맞자 의사 선생님이 간염백신 예방접종 후 상처 밴드를 붙여주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녀석 자신이 아팠던 허벅지에 상처 밴드가 떡 하니 붙어 있는 것을 보고 또 인상을 찌 뿌렸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떼어낸 상처 밴드를 보고도 울상이 되어 자신의 몸에 상처 밴드를 내밀면 줄행랑을 쳤습니다. 어제도 내가 연고를 바르고 상처 밴드를 붙였더니 그걸 보고는 (엄마가 아프다고)“아야, 아야”했고 내가 공갈로 우는 시늉을 했더니 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이후로 내가 아픈 곳을 들이밀고 호해 달라고 하면 호~를 해줍니다. 그러면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딸내미가 효녀 네”.
한국은 추운 겨울이 있어서 해충이 모두 죽는 반면, 열대지방에서는 겨울이 없기 때문에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필리핀에는 1년 365일 모기가 극성을 부립니다. 나는 모기가 일으키는 뎅기열이 가장 무섭습니다. 얼마 전 인보의 친언니 빙까이 가 뎅기열에 걸려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지요.
아이는 모기에 물리면 가려워서 긁으면서 엄마 아빠를 바라봅니다. 아프거나 뭔가 좋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럴 때 나는 손으로 “아이 시원해”하며 긁어주고 ‘호~’하고 불어주면 아이가 아주 좋아라 합니다. 이 녀석 가려움증이 조금은 해소되었는지 싹 나았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이런 이유로 호 해주기는 정말 만병 통치약이 되었습니다. 호 해주기는 아이의 손, 발, 입, 머리 등 신체의 모든 부위에 잘 듣는 최고의 명약이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신기하기만 합니다.
나와 남편 찰스는 2014년에 만났습니다. 처음 남편을 만났을 때, 그는 다리 부상으로 인해 상처가 덫이 나서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워킹비자가 만료되어) 미등록으로 체류하던 찰스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던 게지요.
나는 찰스를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하고 2주간의 상처드레싱은 제가 직접 해주었습니다. 왜냐하면 상처드레싱도 본인 부담이어서 매우 비싸기 때문이었죠. 다리 치료를 계기로 우리는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인보를 키우면서, 특히 아기가 아플 때 아이와 부모는 일심동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유아기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없기에 전적으로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지요. 이런 아이가 이다음에 커서 어른이 되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잘하겠지요? 아 언제나 그날이 올 까나입니다.
아이가 아프게 되면 부모도 여러 차원의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첫째 부모의 마음이 평화롭지 못합니다. 나는 간호사이기에 아이가 아픈 원인을 추정하고, 상태를 관찰하면서 견뎌냅니다. 그러나 찰스 아빠는 무척 불안해하며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는 조바심이 보입니다. 심지어 감기로 인해 아이의 체온이 올랐다가 정상으로 내려와도 불안해하며 예방차원에서 해열제를 먹이자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 둘 사이에 의견이 다르면 힘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이의 목욕과 오일 마사지 그리고 기저귀를 바꾸면서 아이의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만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 아이가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어서 부모의 돌봄을 필요하다면 제가 하늘나라로 귀천할 때까지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장애 아동을 가진 부모들의 심정이 어떠할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우리 삐약이 그래도 지금까지 크게 아프지 않고 잘 자라주어 고맙네.
둘째, 아이가 아파서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보채면, 부모가 달래느라 잠을 설치게 됩니다. 잠을 설치면 하루 종일 피로감이 몰려옵니다. 육아를 할 때 부모의 신체적 컨디션이 매우 중요합니다.
셋째, 아이가 아파서 잘 먹지 못하면, 부모는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입니다. 이번에 인보가 아파서 잘 먹지 못할 때, 찰스 아빠는 소고기죽, 생선죽을 만들어 먹였습니다. 아빠의 정성을 알았는지 이 녀석 잘 받아먹고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답니다.
가족 중에 누군가 아프면 가족 구성원은 정서적, 신체적 고통을 갖게 되니, 가족은 일심동체인 듯합니다. 저에게는 만성질환 2관왕을 갖고 있는 남편과 이제 두 살이 되어가는 아이가 건강을 잘 유지하도록 도와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저의 조언을 잘 따라주지 않을 때가 있어서 다투기도 하는데 이런 때는 남편이 저에게 말 안 듣는 큰아들이죠.
최근 두 달 동안 비가 많이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날씨가 화창합니다. 좋은 날씨만큼 삐약이의 건강상태도 맑아져서 다행입니다.
행성인 이모, 삼촌들 건강 잘 챙기셔서 늘 건강하셔야 해요. 고맙습니다.
*본 글은 필자가 소속된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행성인)의 웹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게재일:2023년 2월 25일).행성인 웹진 https://lgbtpride.tistory.com/1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