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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Mar 26. 2017

#20 내가 나에게 '토닥토닥'

-우울함에 대처하는 혼자만의 공상시간

일요일, 회사를 나오는 것은 우울 그 자체.

평일에 야근을 하기보다는 주말에 일하는 것을 선택했지만. 

금, 토 잠깐의 여유는 까마득히 잊은 채 매우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아직 말단이라 일을 시키는 이들뿐, 

평일에 혼자 집중할 시간이 잘 나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진다.

결국 2주에 한 번은 일요일에 일을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아주 짜증스러워 바로 일을 시작하지 못한다.    

나,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머릿속에는 온갖 부정적인 명제만이 떠돌고, 누군가의 위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레파토리처럼 징징거리는 것도 이제 그만. 힘든 이유들을 말하지 않게 된다.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도 점차 줄어든다. 매일 똑같은 이야기. "일이 너무 힘들어."    

내가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Bull Shit(헛소리)'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어쩌나. 내가 힘든데, 때로는 욕이 나오기도 하는데-

지독한 스트레스와 예민한 신경이 빚어내는 그 나쁜 것들을 어찌 피한단 말인가.    

그러다 생각을 멈춘다. 

'내가 나를 너무 아끼지 못하는 게 아닌가.'

가만히 스스로 어깨를 두드린다.     


요즘 학교에서는 '자기주도력', '문제해결력', '인성', '리더십' 등을 갖춘 인재를 기대하며 아이들을 길러내지만 과연 그런 것들이 당장의 척박한 환경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정작 사회생활 기초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버티는 힘’, 멘붕상태에서 살아남는 법 등을 가르쳐야 하는 게 아닌가. 조금 더 실질적으로, 교과와는 거리가 멀겠지만, 어떻게 평생을 먹고 살 것인지 등이 결국 실전 아닌가.    

당장 내가 가장 고심하는 그것. 거친 폭풍우가 몰아치는 세상에서도 태풍의 눈을 찾아 몸을 피하고 안정을 취하는 것. 그러면서 나의 색깔은 잃지 않기,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쯤 얼른 깨닫고 유유히 나의 길을 가기. 동시에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거다. 마치, 미드 '워킹데드'처럼 좀비가 점령한 세상에서 인간성을 지키며 싸워야하는 것들과는 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며 힘든 세상을 헤쳐 가는 주인공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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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공상이었다. 

일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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