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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Mar 28. 2017

#21 저마다의 운

-불행의 총량은 한도가 없네

요새는 눈물샘이 마를 날이 없다. 아침부터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진정하고, 다시 출근 준비. 오늘은 또 어떤 일로 혼이 나고 마음이 상할지 겁나는 마음.

난 참 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나를 5살 아래 막내 남동생이 많이 닮았다. 운이 없다는 것은 살면서 남들보다 마음고생을 많이 한다는 것. 

일요일에 출근해야한다는 동생을 토요일 밤에 차로 데려다주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농담 삼아 했던 말들이 마음 아프다.    

"난 로또 됐으니깐 괜찮아."

"아, 너 로또 확인했어?"

"확인해야지. 에이, 하나도 못 맞췄어."

"그럼 이제는 로또 됐다고 생각하고 한 1년 뒤 쯤 확인해봐."

"누나, 나는 10년 후에라도 확인해서 로또가 된다면 좋겠어."    

로또당첨을 상상하며 나눈 이야기에서 동생의 깊고 힘든 속을 이해해버렸다.

10년 치 희망을 뺏기고 불행을 점치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아이가 현재 겪고 있는 불행이 얼마나 깊은지 알 것 같았다. 밝게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린 후 슬쩍 담배를 피우러 바로 기숙사로 들어가지 않는 모습에서도, 한밤중에 같이 지내는 룸메이트 형이 좋아한다는 소주를 사기 위해 먼 편의점에 들러야 할 때에도 동생이 겪는 일상의 한숨거리가 너무나 와 닿았다.    

어쩌면 우리는 희망 같은 게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일생동안 겪어야할 ‘불행의 총량’ 같은 것은 한도가 없고 사람마다 차별적인 것이 아닐까. 사주에서 말하는 초년운, 중년운, 말년운 따위에서 위안을 얻었는데, 사람들의 사는 모양새는 저마다의 과거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마치 시간에 따라 물가는 오르지만, 급여 상승이 그에 비례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 삶 또한 나이 먹어감에 상응하지 않는 아주 약간의 발전만이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약간의 발전은 스스로를 위로하고 앞으로를 계속 살아가는 이유가 되겠지.    

나도 안다. 위와 같은 생각이 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드물게 성공한 케이스들이 꽤 있다는 것도... 그러나 내게는 지금 그것이 현실이며 나또한 이 생각이 틀렸음을 반증하고 싶다. 

일단, 이 쏟아지는 우울감을 어찌할 수 없겠다.

'회사를 때려치운다한들 여전히 이 힘든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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