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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Aug 31. 2017

#28 주체성 회복하기

-아침형 인간으로 살기 한달째

직장인이 되고부터 오전마다 배앓이를 한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학교 다닐 적 시험치는 날에만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요새는 거의 지병이 되었다. 
핸드폰에 오는 메시지나 카톡을 바로 확인하지 않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 내가 맡은 일에 뒤탈이 있을까 두렵다. 그리고 계획하지 않던 번거로운 일이 생기는 것도 부담된다.
다 불안 때문이다. 그래도 한동안은 그 단어를 모르고 살았다. 내겐 마취약이 있었는데 퇴근 후 본격적인 내 생활이 펼쳐지는 것. 모임을 즐기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푹 빠지다보면 직장에서 느꼈던 어려움이 금세 잊혔다.
다른 사람과 잦은 만남을 갖다보면 혼자만의 시간적 여유는 적어진다. 일기를 쓰지 않고 책도 읽지 않고... 나답지 못했다. 다른 재미가 있었으니, 뭐 괜찮다.  
그런데, 꾸준히 사람들을 만나는 원천이었던 모임의 분위기는 서서히 식어가고 내게도 정신차릴 타이밍이 온 것이다. 통장 잔고와 부쩍 늘어난 체중계 숫자는 정말이지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다. 그것이 내 인내심의 한계를 말해주는 양 낯 뜨겁다.
'나는 왜 퇴근 후 혼자 시간을 갖지 못할까.'부터 문제의 실마리를 찾기로 했다. 현실도피 목적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매번 만남이나 모임이 의미 있는 것도 아닌데... 꼭 그렇게 무엇엔가 의지하며 내가 느끼는 어려움이나 문제를 회피해야만 했을까.
내 삶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직면하기로 했다. 직장에서의 문제가 가장 컸다. 관두지 않는 이상 풀 수 없는 문제인지라 한동안 속을 썩혔다. 이렇게 문제의 나열해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나지 않았다. 마음가짐을 바꾸려 한들 매일같이 무너지는 것이 이미 지쳐버린 내 마음이었다.
결국, 답을 찾기 위해 실천하기로 한 첫 번째는 '기록'.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아주 세세한 것을 메모하듯 적었다. 손으로 썼다. 내 안에서 선순환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하나하나의 감정까지 기록했다. 금세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는데 혼자 무언가 해야할 것들이 생각난 것이다. 점점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나 자신과 대화의 창구가 되고 답을 제시해주는 건 역시 일기장이었다.
어차피 살을 빼야하니 먹은 것, 운동한 것을 기록했다. 일기장에 전개되는 나만의 세계가 좋아서 누군가와 만나는 대신 내 시간을 확보했다. 직장 생활에서 오는 불안감이 여가 시간에도 영향을 줘 한동안 독서에 집중하지 못했었는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미라클 모닝'을 읽었다. 하루의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 아침형 인간으로 살려고 1년간 도전했는데 실패한 때가 있었다. 다시 도전하기로 하며 아침 5시에 일어나기로 결심했다. 
아침 5시. 가족들과 함께 사는 내게는 혼자 깨어있는 시간이 그때부터 30분 남짓 생긴다. 마치 진공상태처럼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고, 하루를 더 길게 쓸 수 있는 게 좋은 점이었다. 한동안은 밤9시에 자도 다음 날 아침 5시 기상이 어려웠지만,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 일은 한 시간 동안 고정자전거(사이클)를 타고,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가족과 대화를 하는 것. 전보다 여유를 부리는 일이 전부였다. 그런데 내 생활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서인지, 긍정적인 마음이 불어와서인지 점점 매일의 생활에 의욕이 생겼다. 이후로는 일에서 느끼는 힘든 마음도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고 어느새 나는 어려움을 잘 통제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생긴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내 삶에서 주체성을 회복하며, 동시에 주변 사람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이상적인 일상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정말 작은 실천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그릿'은 우리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할 때 조금 더 나아가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 그릿을 키우기 위해서는 작은 일이라도 생각한대로 수행하는 것을 반복하면 된다고 한다. 
언제나 만족할 수는 없는 생활. 조금 더 나아지는 희망을 꿈꾸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돌보고 삶을 가꾸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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