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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Sep 07. 2017

#29 받아들임

-겁이 많고 주저하며 힘든 사람들에게

엄마가 자주 보는 TV프로그램인 '나는 자연인이다'에 웬 도인 같은 자연인이 "자신을 아는 것이 어렵다"는 말을 했다. 평생 수련과 명상을 한 그인데도 말이다.

요새 들어 스스로를 조금씩 알게 된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내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얻은 기회라고나 할까. 더 이상 남들처럼 살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되니 편하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말로 설득하는 기술도 늘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 자신을 비춰보니 자신을 공부하는 계기가 된다. 글로 쓰고 마음을 정리하며 다짐도 하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왜 전에는 이렇게 살지 못했을까? 남들이 관심있어 하는 것에 공감하지 못하고, 혼자 철학적인 고민을 하는 나를 숨겨야 할 것만 같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용기와 배짱이 필요했다. 그리고 어느정도의 '받아들임'이 필요함을 깨닫고 있다. 현재의 나를 인정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조정해가는 것. 

어제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님의 메일을 받았다. 선생님께서 회상하는 나는 표현을 많이 하지 않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얌전하게 자기 할 일을 하는 스타일이었고, 긴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내 모습과 눈빛이 기억난다고 쓰셨다. 

그런데 내가 떠올리는 초등학교 때의 나는 그보다 더 어둡고, 의기소침하고 자신감 없는 아이었다. 함께 기억나는 것은 그런 내 속을 얕본 듯한 한 친구가 나를 대놓고 무시했던 것이다. 그리고 친구 사귀기가 초·중·고·대학교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어려웠던 과거가 생각났다.

지금에서야 주변 사람들의 고민 상담을 적극적으로 하며, 꽤나 자신만만한 기운을 풍기고 있어 다행이지만 올챙이적 시절이 너무나 길고 쓸쓸했다. 그래서일까,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면 언제나 새로운 사람이 되려고 했다. 이전의 나를 잊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상적인 모습을 그리고 행동했다. 학년이 변해도 마찬가지, 어울리는 친구도 잘 바뀌었다. 

변화를 원했지만 그것이 지속적이거나 내게 맞지 않아서인지 생활이 뜻대로 되지 않았고, 과거는 아프고 무거운 짐이 되었다. 그것이 자꾸만 반복되고 미련했던 시절이었다.

살면서 낭떠러지(극한 불행)를 경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경우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근본적인 생각을 바꿀 기회를 그렇게 얻었다. 그래도 아직 햇병아리다. 더 확신있는 주관과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습관을 갖고 싶다. 아직도 내 안에는 독립적이지 않은 잘못된 사고가 쌓여있고, 주저하고 걱정하는 면이 많다. 

무언가 겁나고 주저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공부해보기를 권한다. 제일 먼저, 가까운 우리 엄마부터 권하고 싶다. 엄마는 할머니의 시집살이와 당시 아빠가 엄마의 어려움을 외면했던 기억을 자주 끄집어내는데, 그 감정은 여전히 날 것 그대로 살아있어 불행을 반복하는 것 같다.

자신을 공부하는 처음은 나는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고 어릴 때의 성격은 어땠는지부터 생각해 살아온 과정을 떠올려보기. 그리고 그것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느끼는 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자꾸만 툭 튀어나오는 힘든 기억에 대해서는 여러 번 생각을 거치고, 정리를 해 나가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 상황들 속에서 환경적인 요인을 제외하고 성격적인 부분 등 나로부터 나온 것들을 추려 조금은 객관적으로 자신을 받아들이고, 전체적인 그림을 통찰력 있게 파악해야 한다. 비슷한 사례를 찾아봐도 냉정을 찾고 과거 아픈 기억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흔히 디톡스를 많이 하는 데, 신체 뿐 아니라 우리의 기억과 사고도 디톡스가 필요하다. 독소를 거르고 말끔히 잘 굴러가는 정신을 만드는 것이다. 그 과정에 받아들임이 있다.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는 조금 더 많은 내공이 필요하지만 스스로를 아끼는 것이 받아들이는 것과 다름없음을 알고 원하는 삶을 꿈꾸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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