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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Sep 18. 2017

#31 평범한 결혼 준비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내년 2월 말에 결혼식을 올리는 나. 신혼여행은 6월이나 7월 중, 신혼집은 8월 말에 들어가는 지라 결혼준비랄 게 많지 않아 다른 사람보다 부담은 적지만 이것저것 챙겨야 하는 건 마찬가지. 주변 친구들이 인정하는 천사같은 시댁을 두고 있는 나는 스트레스 받는 일이 거의 없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따지고 준비하는 일이 번거로워 가뜩이나 예민한 내 속을 자극했다. 예복과 예물을 맞춰야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장염에 시달려 서러운 기분까지 들었다. 수능 한 달 전부터 시험 당일까지 들끓기도 했던 이 장은 언제나 걸림돌같은 존재니까.

예물, 예복은 나름 조사한 바가 있어 여러 업체를 비교하지 않고 수월하게 골랐다. 사실, 양가 부모님들이 같은 연배로 이미 종종 어울리시는 터라 상견례는 생략하고 예식장 예약만 해둔 상태였는데 웨딩촬영을 예약하면서 예복, 예물 구매를 서두르게 된 것이었다. 

나는 예식장과 연계된 스튜디오 촬영이 아닌 2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일종의 세미웨딩촬영같은 것을 한다. 야외 숲에서 등 2컨셉의 리허설 촬영. 그곳과 연계된 헤어, 메이크업 업체에서 준비를 하고, 드레스 한 벌도 함께 정해진 가격에 구성돼 있다. 그런데, 남자 턱시도를 더하려면 15만원 추가돼 차라리 한 벌 맞추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예복을 맞출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대부분 남자예복을 맞추는 분위기였다. 이런 추세로 결혼식 당일 드레스와 턱시도를 빌려주는 토탈업체에서도 마땅한 것을 못 찾을 가능성도 있기에 한 벌 하기로 했다. 종로에 있는 반수제 맞춤정장집에서, 아마도 최저가인듯한데, 이태리 원단(까노니코)으로 59만원에 맞췄다. 그런데 막상 코트, 수제화를 추가하게 되니 50만원이 추가로 훌쩍 나갔다. 나중에도 계속 입을 옷과 신발이이라 생각하며 마음에 위안을 줬다.

그리고 예물, 다이아몬드 반지나 귀걸이, 팔찌 세트는 가지고 있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커플링만 하기로 했다. 동행한 시어머님은 좋은 것을 골라 보여주셨지만 전혀 끌리지 않았다. 그런 것을 가지고 있는 것도 짐이라 여기는 나는, 아마도 지난 1~2년간 미니멀라이프 인터넷카페를 둘러보며 그들처럼 제대로 실천하지는 않았어도 미니멀리스트의 개념은 옮아온 듯했다. 솔직히 여자들끼리 모이는 모임도 적었고, 주변에 명품가방이 있어도 매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으며 다이아몬드반지를 끼는 것의 의미도 몰랐다. 다만, 미니 핸드백을 좋아해 괌 신혼여행 때 구* 가방을 살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결국 반지는 흔하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디자인을 골랐다. 잔잔한 큐빅이 나열되었을 뿐 다이아몬드와 비슷해 보이는 알 큰 보석은 없는 스타일이다. 가격은 내 기준으로 적당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친구도 종로에서 14K 70만원 정도의 커플링을 했는데, 나는 18K 반지로 그것보다 25만원 비쌌다. 아마도 반지가 완성되면 계속 끼고 다니겠지.

종로에서 고른 결혼 반지.

이제 남은 미션은 한복, 웨딩촬영, 청첩장 맞춤 정도. 예단 3종 세트, 함, 이바지 같은 것은 하지 않고 아버님 정장도 얼마 전 새로 사신 것으로 입기로 하셨다. 한복도 되도록 대여할 생각이고, 어머님들 한복도 그렇게 할 것 같다. 웨딩촬영은 화보촬영 같은 느낌이 아닌 자연스러운 것으로 대체해 마음에 부담이 적다. 나중에 살림을 할 때에도 양가에서 그릇이나 냄비 등을 얻고, 이불도 지금 남자친구 원룸에서 쓰는 것으로 하는 등 최대한 있는 것을 활용할 계획. 그런데도 결혼식을 얼른 끝내고 싶은 마음이랄까. 결혼식이 뭐 그리 거창한 것이라고 자잘하게 챙겨야 할 게 많은지 자꾸만 배가 아프다.

여러 가지 정보를 공유하는 내 친구는 시어머니께서 “한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릇 등 예단도 다시 해야한다”, “왜 살을 더 빼지 않느냐” 등 말이 많은데 내게 아마 그런 상황이 왔으면 어땠을까. 남들 눈에 보이는 것을 의식하고, 무조건 ‘좋은 것’만 추구하는 관념이 결혼의 실전에 다다르기도 전에 힘을 쫙 빼게 할 것 같다.

나는 이제 결혼식까지 살을 얼마나 빼는지, 피부관리와 체형관리는 얼마나 잘 되어있는지, 하객은 얼마나 오는 지 등을 생각지 않기로 했다. 무엇을 고르고 어떻게 하든 내 선택을 감당할 배짱만 기르면 된다. 나를 주체로 그 외에 것들을 바라보아야지 마음이 편하다. 세상에 특별한 결혼식, 태어나 한 번 뿐인 날, 그런 것은 없다. 오늘 하루하루가 똑같이 소중한 것인데 하루뿐인 결혼식으로 여러날을 고민하고 고통스러울 필요가 있을까. 앞으로의 결혼준비도 내 뜻대로 무엇보다 확신있는 마음으로 척척 해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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