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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Sep 26. 2017

#32 인간관계에 정답이 있을까?

-거리를 두어야겠다

어제 저녁 친한 친구 A,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 B와 밥을 먹다 A가 내게 버럭 화를 낸 것이 계속 머릿 속을 맴돈다. A가 소개팅 한다는 사람의 이름을 반복해 물어봤던 것이 뭐 그리 화 낼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감정이 상했지만 다시 그 문제를 꺼내면 서로 자기 상처만 드러내는 꼴이 될 것 같아 혼자 마음을 식힌다. 그런데,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받은 것이 마음에 생각보다 큰 타격을 줬다.

요새 들어 학창시절 단짝친구의 존재가 그리워진다. 성인이 되고 직업이나 경제적 환경 등이 달라지는데 전처럼 따스하게 동지애를 나눌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관심사가 같은 무리를 찾아 모임을 즐겼었는데, 점점 친해지다 보니 서로의 사정을 뻔히 알게되면서부터 이야기가 고루해졌다. 서로를 알게 될 때는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색다른 경험이 대화 소재가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대화의 패턴은 직장·결혼 등의 주제에서 하소연으로 시작해 비교로 끝나는 상황.

가끔은 그런 사람도 있다. 불행을 말하면 무진장 잘해주고 챙겨주지만 행복을 말하면 얄미워하는 감정을 보이고야마는. 타인의 행복이 자기 만족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라도 된다는 듯 말이다.

일이나 사적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과정을 겪으며 누구를 믿어야할 지 모르는 처지가 되었다. 나름의 기준으로 상대의 속을 살펴보려고 하는 데서 오는 피곤함도 있고, 예민한 성격 탓도 있는데 난 이렇게 인간관계가 빠르게 진행되어 결국엔 마음이 다하는 것을 경험한다. 나만 그런 것인지, 개인적인 대인관계의 역사를 살펴볼 때 한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과 같은 일련의 과정이 있었다.

인간관계에 대한 답을 찾으며 문득 누군가 나의 따스한 동지가 돼주길 바라는 것이 욕심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나를 중심으로 한 생각인 데 반해 사람은 누구나 타인을 대할 때 자신의 관점에서 보고, 듣고, 생각할 뿐이니까.

상처를 받는 것도 마찬가지. 상대의 말에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보다 그 말이 내 안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지가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내 상처가 더 크고 아픈 것이다.

결국에는 거리를 두어야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서로를 비교할 단서 같은 것을 주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나 또한 타인을 의지하지 말고, 상대가 원하는 모습을 적당히 보이며 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 비뚠 생각일까?

이제까지 그렇게 살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까지 생각하며 살기는 싫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오픈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 사람과 거리를 유지하는 것, 아마도 내가 배워야 할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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