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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Oct 10. 2017

#33 전주한옥마을 한복 데이트스냅 촬영기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사랑하기

 길었던 이번 연휴 중 1박 2일 날을 잡아 전주 한옥마을에 방문했다. 주된 목적은 한복데이트스냅이었고, 여느 관광객들처럼 막걸리, 한정식, 비빔밥 등 먹거리를 즐겼다. 여기에 레일바이크, 손금관상보기 등 체험을 더하니 알찬 여행이 되었다.

한복 스냅촬영은 미리 전문가에게 예약했는데 30분간 진행되는 짧은 촬영이었다. 웨딩촬영을 한 달 남짓 앞두고 연습 삼아 찍혀(?) 보기로 했다. 비용이 10만원 정도 들었고, 노출이 없는 한복촬영이기에 부담이 적었다. 언젠가 전주 한옥마을에서 스냅촬영을 하려고 했던 바람을 이루는 셈이기도 했다.

촬영에 앞서 철저한 준비같은 것은 없고 화장품만 몇 가지 새 것으로 구입했다. 재미삼아 하는 촬영이라 긴장이 적어 그랬는지 전날 밤 막걸리와 맥주를 마셨고 다음날 얼굴이 퉁퉁 부은 상태가 되었다. 스냅사진을 찍기로 한 당일, 촬영이 오전 11시쯤이어서 아침 9시가 넘어 한복을 고르고 같은 업체에서 반묶음 머리를 했다. 내가 고른 한복은 전통한복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었는데, 치마가 종아리 중간까지 오는 발랄한 샤스커트 같았다.

약속한 시간에 사진작가와 만나 어정쩡하게 인사를 한 후, 나와 남자친구는 30분간 사진작가가 시키는대로 포즈를 취했다. 이마를 맞대거나 뽀뽀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동갑내기 친구같은 우리에게 어색해 웃음이 터지곤 했다.

 오른쪽과 왼쪽 얼굴이 꽤 다른 나는 오른쪽 얼굴 방향으로 찍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단시간 집중적인 촬영의 속도감에 어떤 요구사항도 이야기 하지 못했다. 분위기가 원활하게 작가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좋은 결과물을 가져올 것만 같았다.

철저히 시키는대로만 했던 기계적인 촬영이 끝나고 새삼 내가 입은 한복이 나의 단점을 가려주는 복장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표정도 망했구나 싶었다. 그래도 내심, 한복을 입고 멋진 배경에서 사진을 찍으니 기대 이상의 사진이 나올 것을 상상하며 마음을 달랬다.

그런데, 이틀 뒤 사진 파일을 받아보니 웬걸. 200여장의 사진 중 마음에 드는 것이 극히 적었다. 종종 카카오톡 친구들의 프로필사진에 있는 멋진 사진과는 다른 어색한 느낌의 사진들. 표정에서 탈란된 사진이 반이고, 남자친구와 나의 단점을 부각시킨 사진이 그 나머지 중 반 이상을 차지했다. 게다가 연휴를 즐기느라 포동포동 살이 오른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 부끄럽기까지 했다. 어쩌면 인물보정을 하지 않은 탓이었을 수도 있지만 애초에 내가 추구한 것은 왜곡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장점만을 골라낸 작품이 나오길 바라는 욕심이 있었다.

 사진 작가의 촬영 기술이나 구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피사체가 가진 한계였을 뿐이다. 시키는대로 포즈를 했을 때, 만약 전문 모델이었다면 무척 잘 나왔을 사진들이었다.

무튼 원본 사진을 확인하고 스스로 창피해졌는데, 남들처럼 아무 흠결 없는 사진을 원했기 때문이다. 결혼식을 위해 그날 하루를 의식하며 현재 내 모습을 고치지 않기로 해놓고 여느 예비 신부들처럼 다소곳하고 가녀린 모습으로 보이길 바랐다. 전주에서 찍은 사진 중 몇 장을 결혼식 식중영상에 사용하려고 했으니까.

순간의 창피함은 깊은 자아성찰을 낳았다. 사진에 비친 여드름도 마치 내 자기관리 능력의 부족처럼 느껴져 민망했고, 고질적인 콤플렉스였던 깊은 목주름과 둥근 턱선도 부끄러웠다. 사춘기 소녀가 된 것처럼 내 모습이 못나보였다. 치마는 왜 또 짧은 걸로 택해서 몸이 더 짜리 몽당해보였다.

시간이 지나자 스스로를 창피해하는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의미에서 시작한 일에 스스로 한 선택을 후회하는 모양새가 미련했으니까. 애초에 나는 날씬하거나 다소곳하기보다는 탈락된 사진들처럼 이를 많이 드러내고 웃으며 동글동글한 인상이다. 남자친구와 있을 때도 예쁜 척 하기보다는 푼수를 떨며 어떤 모습도 다 보여주는 털털한 관계다. 내가 편하게 생각하는 내 모습과 관계. 상업적인 사진들처럼 정제된 작품은 아닐지 몰라도 완벽하게 꾸며지지 않은 진짜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을 미워한다면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번 촬영은 웨딩촬영(비록 2컨셉뿐인 세미촬영이지만)을 앞두고 기대수준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 본격적인 결혼 준비를 앞두고 보이는 내 모습을 올바르게 의식하고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됐다.

 '어떻게 보일 것인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살아가면서 특히 여성으로서 흔히 겪는 내적 갈등이자 고민 혹은 걱정거리가 된다.

 일단은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말 것, 차라리 비교를 한다면 과거의 나 자신과. 그리고 되도록 고쳐지지 않은 현재의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할 것. 그것이 내가 원하는 이상향이나 지향점을 가는 지름길은 아니더라도 올바른 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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