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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Oct 15. 2017

#34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동정 혹은 질투… 어려운 관계에서

서른이 되니 이제야 남에게 나를 소개하는 것이 수월해졌다.

글을 쓰고 싶어서 관련된 직업을 선택했다고 말을 하면 대부분 수긍하는 눈치다.

지역에 있는 작은 신문사에 있는 것이 번지르르해 보이지는 않더라도 나의 생계를 책임져주는 고마운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이 직장에 대해 견해가 갈릴 때면 모두에게 좋아보이는 직업을 갖지 못한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결코 미래의 보상을 위해 현재 무언가를 참고 견디는 성격이 아니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 꽤 타당하게 느껴지지만, 내 위치가 스스로의 끈기나 인내의 정도를 반영하는 것 마냥 보이지는 않을까 생각이 확장된다.

이를테면, 얼마 전 부모님의 지인이 내게 짓궂은 말을 했다. 특히 공무원인 동생과 비교하며 학창시절 공부를 곧잘 한다고 들었는데 왜 그 직장에 있느냐는 식의 말을 한 것이다. 고분고분한 성격은 아니지만 길게 대꾸할 필요를 못 느껴 대충 대화 주제를 갈무리했는데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가능성을 남이 알아주지 않는 데 억울함 있었고, 실패의 암흑기를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며 본래 그다지 잘나지 못한 자신을 깨닫기도 했다.

엉뚱한 이의 말에 과한 자기성찰이었지만, 때로는 이렇게 남의 말에 쉽게 영향을 받고 예민하게 듣는다. 고백 하건대, 욕심이 많기 때문이다. 성공을 바랐던 강한 인자가 아직 내 안에 있어서. 그리고 쉽게 인정하거나 지는 것이 싫어 어떤 말도 쉽게 받아칠 수 있는 준비된 사람이고 싶어서 생각을 거듭하는 것이다.

성인이 되고부터는 더욱 나의 면면이 사람들에게 달리 받아들여지는 것을 확인한다.

때로는 동정을 받고 가끔은 예상치 못한 질투의 대상이 된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처럼 타인과 내 감정을 바로 나누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 매번 솔직한 감정을 내보내는 것이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지만, 부작용을 떠안게 되기도 한다.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상대가 나를 얼마나 오해할 수 있는지. 또, 힘든 일을 나누며 상대가 내게 베푼 위로가 기쁜 일에서는 응원이 될 것이라 확신할 수 없다는 것도.

그래서 이제는 관계를 맺는 데 있어 상대가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의 패턴이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관계의 지속성에 있어서 그가 나를 얼마나 인정하느냐, 내가 말한 의도대로 생각해주는 지는 신뢰와도 직결되니까.

만약 가깝게 느꼈던 이가 내게 품고 있던 그릇된 생각을 발견할 때면 배신감이 든다. 매번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줄 수 없으니 그런 사람은 가릴 수 밖에. 그 때문인지 사람은 동질감을 나누는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어쩌면 그것이 안전한 편이다.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이해받을 수 있고, 상대가 오해할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덕분에 내가 기대하는 바에 미치지 못해 실망할 일이 적다.

얼마 전 한 친구의 결혼식에 가니 친구가 살아온 과정, 그 속에서 어울렸던 사람들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내가 살면서 시간과 노력을 들인 관계의 반 이상은 안 좋게 끝나버렸다. 나의 결혼식에는 과거의 시간들이 비어있을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 이어진 좋은 관계들만 자리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욕심이 많은 나는, 그런 좋은 관계를 다지고 필요하다면 찾아나설 것이다. 건강하게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둘 것이다.

어쩌면, 다 소모적인 일인지도 모른다. 남의 말을 신경쓰는 것부터 좋은 사람들을 모은다는 것까지. 그러나 그 안에서 배우고 무언가를 쌓아나가고 싶다는 바람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미 생겨버린 생각과 감정에 무관심하거나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결국 보장된 내 편은 자신이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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