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쓰고 맵다.
결혼 준비로 피곤한 날들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사랑과 이별을 반복하는 주변 사람들을 볼 때면 문득 위안이 되곤 한다. 더 이상 '괜찮은 사람'을 찾지 않아도 되고, 힘들게 만남을 시작하거나 이별을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적인 관계가 참 좋다.
엊그제는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아는 동생 H에게 전화가 왔다. 떨리는 목소리로 "언니, 나 헤어졌어. 일주일 다 되어가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어."라는 말을 했다. 이별하고 첫 주는 실감이 안 났고 괘씸한 마음이 들다가 이제야 헤어짐을 실감하는 중이란다.
"언니, 나 진짜로 OO이에게 의지 많이 했어. 요새 일 힘든 것도 다 말하고 그랬는데 그래서 헤어지는 건가? 잘 모르겠어... 항상 연락이 먼저 왔는데 이번에는 내 전화도 안 받아."
오랜만에 들어보는 타인의 날 것 같은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멘트에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잠시 갈등이 됐다. 첫사랑은 아니지만 결혼까지 생각했을 만큼 진한 사랑이었던 것을 알고 있었다. 진심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다며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 했는데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게다.
"결코 너의 상황이 절망스러운 건 아니야. 일도 네가 더 잘 하고 싶은 욕심에 부족함을 느끼는 거고 그래서 다른 사람의 작은 잔소리도 예민하게 들리는 것일 뿐이야. 그리고 지금 이별하는 과정도 처음에는 괜찮았다가 절망스러웠다가 감정의 변화를 겪으며 점차 잦아드는 때가 올 거야. 일단, 지금은 네가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힘드니까 조금씩이라도 기분을 바꿔보려고 노력해 봐."
대충 위와 같이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H가 겪고 있는, 앞으로 이겨내야 할 시간들은 온전히 H 자신이 감당해야 할 것이니까.
주변에는 세 명의 지인이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소개팅기를 들려주는 한 명도 머지않아 연애를 하게 될 것 같다. 친구 B, L은 마음에 드는 남성과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최근 연애를 시작한 한 살 많은 언니 M은 아직 조금 갈등이 된다고 한다. 일단 사귀는 사이가 되긴 했는데 긴가민가 한단다. 그리고 금사빠 동생 J는 소개팅 상대방의 작은 행동에 의미를 찾는 귀여운 아이다. 사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지인들도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결혼 적령기에 있어 자신이 만나는 사람에 대한 확신을 빨리 얻고 싶어 하고, 현실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어제는 한 모임에서 파일럿을 목표로 하는 22살짜리 남자애를 알게 되었는데, 여자 친구와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누군가 그 아이에게 결혼을 언제 하고 싶은지 물으니 자신은 결혼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파일럿이 되면 연봉이 얼마인데, 뭣 하러 결혼하느냐고. 실제로는 고액 연봉자들이 반대 경우에 비해 결혼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그 아이의 말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뭐, 나도 22살 때 결혼을 전혀 꿈꾸지 않았으니까.
무튼, 연봉 등의 현실을 막론하고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찾는 인간의 심리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인생의 모든 경험들과 마찬가지로 달고, 쓰고, 때론 맵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이론이 사랑을 찾는 사람들에게 꼭 적용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