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토끼 Nov 15. 2017

#39 결혼을 앞둔 이의 머릿 속

-날 자유롭게 하는 생각

결혼을 앞둔 내 머릿 속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친구들은 왜 살을 빼고, 피부관리 같은 것을 하지 않느냐며 내가 지금 이대로 드레스를 입고 멘붕이 오진 않을 지 걱정하는 것 같다.

또, 부모님은 시댁 어르신들께 더 잘 보여야 하는 건 아닌지, 잘 하라고 말 한다.

요새 시작한 영어 스터디 사람 중 한 명은 내가 이제 바빠서 못 나오는 건 아닌지 바쁜 사람 취급했다.

가까운 어른들 중에는 벌써 아이 가질 생각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들 낳는 법이 따로 있다고 귀띔해 주기까지 했다.

나는 그들이 말한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걱정은 하지 않는다. 아마 그렇게 많은 생각을 품다보면 매일 불안감을 느낄 것 같아 하나씩 하나씩 무너뜨려 버렸다.

'결혼식 날 화장이 뜨더라도, 날씬하지 않더라도 뭐 어때. 내 결혼식인데, 원래 나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시부모님께는 평상시에 할 수 있는 만큼만 잘 하면 되지. 애쓰다보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오히려 비뚠 마음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결혼 준비가 별 거 있나. 결혼해도 내 생활은 알아서 관리할텐데 별 걱정을.'

'아이가 원하는대로 낳아지나. 차차 생각해야지.'

이렇게 언젠가 쌓였던 두려움을 깎고, 생각을 다듬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내가 가장 잘 보여야 할 사람은 결혼 전이나 후나 가장 가까운 우리 양가 가족, 남편, 친구들 뿐이다. 예뻐보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낯선 분들까지 신경쓰며 완벽해 보이려 애쓸 필요는 없다.

스터디에 관해서는 과연 할 수 있을 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일단 시작하면 그런 고민은 쓸모 없다. 시간을 쪼개서라도 시작한 일을 제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새로운 일 때문에 원래 진행하던 것에 전처럼 집중할 수는 없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동시에 하고자 할 때는 마음을 조금 편하게 먹는 수밖에는 없지 않을까.

시부모님께 잘 하는 것, 애초에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가끔은 스스로를 지치게 하는 생각이었다. 직장을 다니고 이래저래 할 일이 많은데 어떻게 늘 충실할 수 있겠나. 실은 '누군가에게 잘 해야지'라는 생각이나 압박보다는 마음이 들 때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편이다.

때론 사람들은 나를 통해 자신들이 모호하게 가졌던 생각을 견고히 하고 싶어한다. 이를테면 "결혼은 현실"이라고 말하면 무척 공감하고, "시댁에 너무 잘 하려 하지 말라"고 말할 때도 반응이 좋다. 그런데 그것은 단지 어느 경험에 빗대어 얻은 한 조각의 생각일 뿐 흔들리지 않는 명제는 아니다. 그런데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말을 듣고 싶어하고 관련된 문장을 수집하지만 남의 말을 받아들일 때 깊이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는다.

결국 지금 내 머릿 속에 무엇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점심에 뭘 먹지’와 같은 단순한 것들이다. ‘얼마 전 카페쇼를 다녀왔는데 나중에 카페를 차리면 좋겠다’ ‘이번 겨울에는 다시 그림을 그려봐야지’ ‘마카롱 배우고 싶은데 언제 기회가 될까’ 등 복잡하지는 않지만 내 생활을 더 자유롭고 밝게 해주는 생각들이다.

정해진 생각이 없는 것처럼 정해진 나도 없다. 내가 영어스터디를 한다고 하니 아는 동생은 “언니, 되게 열심히 산다”고 말했다. 나는 그런 성실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니 굳이 아니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난 그저 그런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한 행동을 할 뿐이다. 주관 있는 사람이고 싶지만 인간이란 원래 모순투성이라서 한결같이 살기는 어렵지 않은가. 난 나를 자유롭고 즐겁게 하는 생각들과 생활하며 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38 예비신부의 개인적 야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