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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Nov 10. 2017

#38 예비신부의 개인적 야망

-결혼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한계 깨기

간간이 주변 여성들의 야망을 본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공통으로 가진 특성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한 친구(M)는 괜찮고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석사에 이어 박사과정을 시작한다고 했다. 결혼해 피아노 강사를 하고 있는 한 언니는 언젠가 사업을 꿈꾼다.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니 그 자리에 머물러만 있는 여성은 드물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외국에서 살고 싶은 꿈도 있다. 결혼을 했거나, 곧 하게 될 사람들이지만 이러한 소망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 작가를 꿈꾸고 주변에 다양한 사람을 두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생각대로 한다.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한때는 이러한 마음들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짓밟히곤 했다. 툭 하면 부모님에 의해 브레이크가 걸렸다. 여행을 가는 것도, 자취를 하는 것도, 외국을 나가는 것도, 원하는 꿈을 꾸는 것도 모두가 부모님이 정해놓은 길 바깥에 있었다.
그에 반해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는 나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자유롭게 한다. 아이처럼 곁을 바라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는 흔쾌히 그러라고 한다.
내 친한 친구 M, 나보다 한 달 앞서 결혼을 하는 그가 박사과정을 시작하는 데는 깊은 고민이 있었다. 시댁과 예비남편 쪽에서는 그것을 찬성하는 눈치는 아니었다고. 그런데 상냥하고 고분고분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M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감내하고 진취적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다. 사실 그런 면을 확실히 깨닫게 된 것은 어제 만남 덕분이었다. 그는  고백하듯 "나는 내 개인의 성공이 더 중요한 사람 같아."라고 말했다. 나는 "어, 그래? 나도 그런데... 다 그런 거 아니야?!"라고 답했다. 현모양처가 되려고 결혼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가정을 꾸리고 싶어서 결혼하는 것 아닌가. 뭐, 나는 그렇다. 결혼 후에도 언제까지나 나는 지금의 나이고 싶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이미 결혼 생활을 조금은 경험하는 셈이다. 시댁과의 만남이 잦고, 결정할 것들이 많다. 그 와중에 '나만 참으면 모두가 편해질 텐테.'하는 상황이 종종 온다. 여기서 '모두'는 대개 시댁과 예비남편을 뜻한다. 내 가치관을 흐리게 하면서 상황을 따라갈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나만 그에 맞게 행동하면 되는 장면이 이미 세팅된 느낌이다. 
결혼을 진행할 지 말 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M에게 몇 번 있었는데 자신이 화를 내는 와중에도 남자친구가 여전히 밉지 않아 늘 뜻을 굽히게 된다고 했다. 솔직히 M보다 조금 더 냉정한 나의 경우에는 누군가가 내 곁에 있어 누리는 행복보다는 내 주관대로 사는 것이 더 상위 가치이다. 
무튼, 문제는 결혼이라는 그림이 가진 이미지 마냥 우리가 결코 다소곳한 신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M과 나는 각각의 남자친구에 비해 더  활동적이다. 끝없이 무언가를 하려고 하고 꿈꾼다. 물론 누군가의 눈에는 우리가 그저 얌전한 신붓감일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을 칭찬으로 여겨야겠지. 
결혼은 인생의 큰 부분이지만 그것 또한 내 인생 계획 중 하나일 뿐이다. 결혼을 왜 하느냐 묻거든 가장 큰 이유로 '사랑하니까'를 말하겠지만 그것을 위해서 나 자신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이 점을 분명히 해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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