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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Nov 16. 2017

#40 가지 않은 길

-기회에 관한 생각

우리는 시험쟁이였다. 열심히 공부한 만큼 점수가 나온다는 말을 너무나 믿었다. 중간고사, 수행평가, 기말고사를 치르며 학기가 지났고, 방학을 보냈고 또 학기를 맞았다. 시험을 볼 때마다 남는 아쉬움을 이기고 다시 시험을 준비했고 점점 지쳐갔다. 

고등학교 때 나는 아예 내신을 포기했다. 더 이상 반복되는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싫었다. 왠지 수능은 잘 볼 수 있을 것 같아 진지하게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고등학교 3학년 때 뒤에서 10등 하던 등수가 졸업할 때는 앞에서 10등 정도로 바뀌었다(담임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뒤늦게 공부에 매진한 결과였지만 원하는 학교를 지원하지는 못했다. 수능 시험이 끝나고 왠지 현실이 다가와 순응해야할 것만 같았다.(당시 우리집 사정이 좋지 않았다) 사실 수리 성적을 보지 않는 그곳에 소신 지원할 마음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가군, 나군에 가까운 국립대인 충북대를 썼고 학과 두 곳에 붙었다. 한 곳은 장학금을 주었고 다른 한 곳은 추가합격 되었는데 장학금 때문에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를 택해 후회했다. 참 오래 방황하고 괴로워했다.

살면서 기회가 몇 번 온다고 한다. 어제 어느 분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 기회를 많이 흘려 보냈다고 했다. 어릴때부터 머리가 뛰어나서 1등을 도맡아했고, 당시 전국에서 내로라 하던 학교로 진학하라는 소리를 들었으나 보수적이었던 아버지 때문에 가지 못했다고 했다. 이 지역에서 유명한 고등학교를 졸업해 교대에 입학한 것도 역시나 아버지 때문이었다. 그리고 교사가 된 지 4년 만에 신춘문예에 당선했고, 글쓰기 지도로 이름을 날린 덕분에 일본 유학 기회까지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가장이 되었다는 스토리였다. 결국 끄트머리에서 잡은 것이 '신문사'라는 기회였고, 이후 많은 사회활동으로 지역에서는 알 만한 인사인데도 '당시 기회를 잡았더라면...'하는 작은 아쉬움 정도는 갖고 계시는 듯 했다.

물론 나는 그분처럼 공부나 다른 것에 빼어나지는 못해서 흘려버린 기회라고 말할 것이 많지 않다. 내게 왔던 기회는 아마 선택의 기회였을 뿐 차려진 밥상이거나 목표달성의 결과는 아니었다.

그래도 ‘기회’에 관한 생각을 하며 ‘주저하지 말고, 원하는대로 해야겠다’는 결심을 해 본다. 살면서 최고로 누릴 수 있는 것, 원하는대로 사는 자유밖에 없지 않을까. 앞으로 내게 목표가 있다면 그것밖에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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