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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Apr 03. 2018

#49 행복을 바라는 사람의 일기

-착해지지 말 것

환하게 웃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속으로 부러워한 적이 있다. 분명 카카오톡 프로필의 내 모습은 웃고 있는데 실제 삶은 퍽퍽하게 느껴졌다. 목표지향적으로 사느라 소소한 재미에 둔해져 있던 것인지, 그냥 왜인지 공허했다. 다만, 이후에 현실적인 목표를 잠시 잊고 현재를 바라보며 살 때는 하루하루가 참 신이 났다.

나에게 그런 시절이 또 찾아왔다. SNS로 지인의 일상을 훔쳐보고 '재미있게 사는구나' 생각했다. 최근 곧잘 부러움을 느낀다고 말하니 친구는 "너는 결혼도 했고, 나는 언제 결혼을 할 지 몰라 미래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나는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

자주 행복을 의심한다. ‘의심’이 창의성의 근간이라는데, 그래서인지 나의 행복은 단순하게 채워지지 못하고 세심하고 새로운 것을 바란다. 그렇다 보니 쉽게 '결여'를 느껴 한동안 설렘, 기대, 희망이 희미해진 우중충한 세상을 살았다.

나름 제대로 살고 싶어 행복의 조건이라고 할만한 것들을 나열해 보았다. 가족, 직장, 경제적 상태, 건강, 대인관계...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만족도를 따져보았다. 유독 걸리는 것은 ‘직장’이었다. 어쩌면 오랫동안 묵혀온 직장에 대한 불만족이 문제가 되어 내 삶 전반의 만족도를 가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한 달 전, 뚜렷한 이유나 대책도 없으면서 사표를 냈다. 그런데 금세 찾아올 경제적 불안이 두려워졌고 조금 후회되기도 했다. 결국 다시 생각해보라는 회사의 제안에 사직서는 없던 일로 했다. 행복의 조건에 직장이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나을 것이라 믿으며 되려 안심했다. 

먼저 따져본 조건들 외에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찾아야했다. 행복이 찰나의 감정이라면 불행이 순간순간 느껴지는 요즘, 방향을 다시 잡아야했다. 억지로라도 일을 하고, 경제적인 기반을 다지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 같았다. 꿈 같은 것은 미뤄두고서라도 내 가족이 안정된 생활을 하기를 바랐다. 생각을 거듭한 결과 아무래도 나는 그런 사고와 잘 맞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지난날 그래왔듯 날 주장하고, 당당히 욕심부리며 사는 것이 맞았다. 결혼을 하면서 자연히 새겨진 ‘모두를 위해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같은 지표가 정작 내 행복을 가렸던 것이다.

그동안 나는 착해지려고 애썼다. 양가 부모님, 남편, 동생에게까지 든든한 존재이고 싶었고 그에 맞게 미래를 설계했다. 그러나 이젠 착하게 사는 것을 관둬야겠다. 맞벌이를 하며 똑소리나게 살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슈퍼우먼도 꿈꾸지 말아야겠다. 경제적으로 얼마 정도를 축적해야겠다는 먼 미래의 욕심도 버리고 그냥 현재를 살아야겠다. 

이 글을 늘렸다 줄였다 고치기를 반복했다. 제대로 글을 쓰지 못했던 지난 몇 달간 정답에 맞게 살려고 했으나 개인적으로는 오답이 많은 생활을 했다. 역시 사람은 제 성질에 맞게 살아야 한다.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행복은 자연히 따라오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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