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토끼 Oct 31. 2016

#09-1 우리 모두는 친구가 될 수 있어

-영어 모임의 시작

한 영어 스터디 모임에 몸 담은지 만 1년이 됐다. 이 동네에서는 흔치 않은 영어 스터디인지라 꽤 인기를 끌어 그동안 드나든 사람들만 해도 100명이 족히 된다(세어보지는 않았지만). 현재 회원수는 서른 여덟 명.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반이지만, 이곳에 있으면서 얻은 것이 참 많다.
지난해 이맘때쯤, 쌀쌀한 날씨와 해가 다해가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혼자가 됐다. 계획에 없던 이별이지만 이유있는, 당위적이어서 달게 견뎌내야할 것 같았던, 이별을 하고 돌처럼 단단하게 스스로를 다져야겠다 마음먹었다. 그 이별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어했는지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줬고 나는 화실도 다니고, 스터디에도 가입하게 됐다.
꽤 용기있게 가입한 스터디를 나갔던 첫날, 자괴감과 민망함을 동시에 맛봤다. 직장을 다니면서 등한시 했던 영어 실력이 나머지 스터디원들에 비해 떨어졌던 것이다. 또 평소 나같지 않게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을 탄 것도 창피했다. 그 불편함이 싫어 이후 스터디를 한 번 빼먹었지만 일단 시작했으니 계속 해보자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스터디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스터디 후 참석한 뒤풀이 자리에서 내가 알던 세계보다 더 큰 세계를 만났다. 당시엔 직장인과 학생이 적당히 섞인 비율이었는데 영어스터디인 만큼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양한 직업과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여행, 영화 등 자유로운 주제에 대해 말하는 그 자리는 순수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눈빛과 말들이 오가며 금세 활기를 뗬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그곳에서는 척할 필요가 없었으며 솔직하게 스스로를 드러내는 사람이 가장 호감이 됐다. 우연치 않게 그동안 바라온 자유로운 자리를 만나면서 나는 물 만난 고기가 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에 빠졌으며, 내가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란 점을 밝혔다. 그리고 대학 때는 어지간히도 무시당하던 내 꿈이 이 모임에서는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줌을 느꼈다.

영어는 매개체에 불과할 만큼 활발한 모임이 이어졌다. 과한 술 모임도 아니었고, 남녀 간의 짝을 찾는 현장도 아니었다.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 외로움을 달랠 이유였던 건지 우리는 자주 뭉쳤고, 즐겼다. 명절에도 만나 갑자기 바다를 가기도 했으며 계획을 하고 1박2일 엠티를 가기도 했다.

<다음으로 이어짐>

작가의 이전글 #08 정처없는 청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