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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토끼 Nov 18. 2016

#10 우울함에서 벗어나기

-OO증후군을 풀어가는 법

정이현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라는 책을 읽었다.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책 제목을 읽고는 공감이 가 잘 이용하지 않는 서점에 전화해 재고를 확인한 후 책을 샀다.

'상냥한 폭력의 시대' 어쩜 그리 제목을 잘 지었을까. 우리의 생각과 말은 때론 도를 넘어 폭력의 수준에 이른다. 이것이 작가의 생각대로 비단 지금 시대의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인간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따져보면 나만 억울한 것 같지만 사실은 나도 누군가에게 폭력 같은 잣대를 들이밀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최근 나는 신경이 예민해졌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 몸인지라 그 날이 다가오면 으레 거쳐 가는 감정 소모기다. ‘요즘 내가 왜 이러지?’라는 생각을 할 때면 며칠 뒤 그 날을 맞는다.

이 시기에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불만이 늘어 스스로를 피해자로 만든다. 그러나 성격이 할 말은 꼭 하고야 마는, 내 권리와 올바른 대우를 위한 표현은 하고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는 이 시기에 여러 명의 피해자를 만든다. 그들의 생각을 잘 알거나 들어보지 않더라도 칼 같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향한 부정적인 판단이나 감정은 대화를 하다 보면 드러나게 되어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생각이 많고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할 때는 판단이나 확신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침체된 감정을 가진 이때 이성적이고, 예리한 사고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우리의 판단과 사고에는 감성의 영역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이 시기를 잘 풀어가야겠다. 이미 주변의 5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불만이 쌓였지만 이 감정은 놓아주기로 한다. 선심 쓰듯 말하지만 나도 내 나름 근거 있다고 여기는 불만이 사실 그럴듯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생각이 많고 어떤 문제에 짓눌리고 있다고 느낄 때는 우울한 감정이 동반될 때가 많다. 그럴 땐 일단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여러 문제로 고통 받는 때라도 기분이 좋아지면 관점이 달라지는 법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사고를 좁게 하고 창의력을 낮춘다. 반면, 기분이 좋아지면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고 사고가 열린다.

개인적으로 깨달은 것은 기분이 좋아지려면 나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원하는 것을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점이다. 마치 비 오는 날 막걸리에 파전을 먹고 싶어 실제로 그것을 했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 것처럼. 그래서 나는 오늘 퇴근하면 내가 좋아하는 몰스킨 노트에 새로 산 만년필로 사각사각 글씨를 쓰려고 한다. 내일 오전에는 침대에 배를 깔고 누워 음악을 듣고 달디 단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퍼먹을 것이다. 살은 좀 찌겠지만 게으름과 안락함을 허용하는 사치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기분은 좋아진다.

예민해진 상태인 만큼 사람들의 말은 흘려듣기로 한다. 모든 논리적인 글에는 잘 찾아보면 주장(의견)에 따른 근거가 있는 법인데 사람의 말을 글처럼 꼭꼭 씹어듣는 나는 그 부분에서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누군가가 그냥 내뱉은 말을 곱씹다보면 안 좋은 방향으로 생각될 때가 더러 있다.

‘상냥한 폭력’이라는 말을 공감하는 이유는 한 때 내가 가장 큰 피해자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이유가 복잡하지만, 사회를 나가기 싫을 만큼 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였으며 그동안 쌓아놓은 관계도 내팽개칠 만큼 사람이 싫었다.    

그 때의 나를 인정하면서도 지금 사회에 나와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만족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것은 또 다른 좋은 것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워킹데드에서 나온 대사가 생각난다. ‘사람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 어떤 안 좋은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희망을 꿈꾼다.

아마 이번의 우울함은 이 글을 씀으로써 조금 더 빨리 떨쳐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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