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지개인간 Jun 25. 2023

랜선 핫플 탐방(제주시 구좌읍)

롱플레이, 런던베이글뮤지엄, 카페 레이어드

  요즘은 제주는 구좌읍 동복리가 뜨겁습니다. 핫플(hot place)이지요. 이상순 님이 운영하는 롱플레이와 서울에서도 오픈런에 몇 시간씩 대기한다는 런던베이글뮤지엄, 최근 더 현대 서울에 입점해 스콘 맛집으로 유명한 카페 레이어드가 한 길에 있습니다. 그 외에도 카페 공백, 장인 약과도 핫한 동복리에 있지요. 아무튼 요즘 동복리는 누군가에게는 돈복(福)리가 된 것 같습니다.

  장마가 시작된 제주의 일요일에는 방구석에 누워 즐거웠던 동복리 나들이 사진을 꺼내보며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빗소리와 어울릴 재즈 음악부터 깔게요. 큐!

[Playlist]나만의 시간 | My time
https://youtu.be/bU-Y-JM3jk4


  동복리 핫플 중 가장 먼저 갔던 곳은 이상순 님께서 운영하는 카페 롱플레이입니다. 지난봄에 캐치테이블로 예약 후 다녀왔어요. 이곳은 100%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요. 운이 좋게 이상순 님께서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를 체크하는 모습도 보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있었어요.  캐나다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도 두 분 만났는데, 한국어를 아주 잘하셔서 그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네요.

    

롱플레이 제주 @무지개인간


  머무는 동안 많이 떨렸습니다. 1시간 동안 커피를 2잔이나 마셔서 떨리는지, 연예인을 봐서 떨리는지, 내향형 인간 'I'가 처음 만난 MZ 외국인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애써서 떨리는지 여하튼 이유를 꼬집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것은 이상순 님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침마다 LP를 체크하며 플레이리스트를 확인하며 직원들과 커피 맛과 향을 점검하고 오시는 손님들과 솔직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거든요. 제가 만약 그분이라면 알아서 돌아가는 시스템을 선택했을 것 같은데, 매일 아침 롱플레이다운 모습을 세팅하는 모습처럼 느껴져 인상 깊었습니다. 덕분에 열심히 돈 벌어서 편하게 놀 궁리를 하던 제 마음속 나태가 놀라 도망을 갔어요.


  그래도 저는 다시는 롱플레이는 못 갈 것 같습니다. 아주 시트콤 같은 흑역사를 만들고 왔기 때문이지요. 이 일은 정말 친한 다섯 명만 아는 일인데 지금도 적을까 말까 고민이 됩니다. 롱플레이를 방문해서 이상순 님을 만났다는 주변 사람들도 없어 그분을 만날 거라는 기대도 없이 갔어요. 그런데 아침에 갔는데 딱 계시더라고요. 마침 전날 저녁에 이효리 님의 언니를 만나서 "언니, 저 내일 롱플레이 가요."라고 이야기를 했거든요. '롱플레이에서 이상순 님을 본 사람이 없던데 어떻게 나오셨어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혹시 언니가 특별히 부탁을 했나 싶은 생각이 스치면서 출력이 잘못되었습니다.


저 보러 나오신 거예요?


  이런 질문 처음 받으셨지요. 네, 저도 처음입니다. 눈이 더 커진 이상순 님이 "네?"라고 묻더라고요.


오늘 제가 온다고 해서 일부러 나오신 거예요?


  일반인이 연예인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대답을 잃은 질문은 20분이 넘도록 허공을 떠다녔습니다. 만날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만나고 싶었던 마음이 이렇게 당황스럽게 불쑥 튀어나온 것이지요. 나중에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나누며 잘 해결(?)되었지만 다들 받았다는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를 저만 못 받았은 것을 보니 직원들도 꽤 충격적이었나 봅니다. 네, 그런데 저도 처음입니다.

  아무튼 저는 혼자서는 다시 못 갈 것 같으니 누구든 저를 데리고 가주세요.


 



  

  이곳은 BTS 슈가의 친형이 운영한다고 알려진 카페 공백 바로 옆에 있는 핫핫핫핫플인 런던베이글뮤지엄 제주점입니다. 오픈 초기에는 대기가 어마어마했다고 하던데 저는 6월에 다녀왔어요. 조천에 일정이 있어서 갔다가 '포장을 해도 맛있고, 그 다음날 먹어도 맛있다'는 안국점을 다녀온 윤미 언니의 극찬에 포장이라도 할까 싶어 캐치테이블로 예약을 하고 다녀왔어요. 가게 건너편에 별도의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만 자주 만차입니다. 하지만 포장 손님도 많은 편이라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빨리 자리가 나는 편이지요. (제주에서는 주차를 위해서는 시간과 마음을 넉넉히 가져야 합니다.)


  예약은 '먹고 갈게요'와 '포장할게요'로 나눠져 있어요. 저는 포장 예약번호 147번을 받았어요. 얼마나 기다렸게요? 1시간 45분을 기다려 입장을 했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해둔 터라 지루하지는 않았어요. 혼자라면 책이나 작은 일거리를, 함께라면 수다를 준비해서 가시면 즐거운 마음으로 베이글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제주 @무지개인간


    드디어 입장! 매장 안에도 사람이 엄청 많았지만 잘 갖춰준 시스템 덕에 혼잡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베이글을 보는 순간 혼잡해집니다. 베이글급식소 같았어요. 사람들이 계속 무언가를 짚어 담고 있습니다. 저도 앞사람을 따라 일렬로 줄을 서서 트레이에 종이를 깔고 집게를 듭니다. 베이글 종류가 정말 많아요. 하나같이 다 맛있어 보이고요. 무엇부터 담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연속으로 계속 담는 것은 아니라는 신호를 무언가가 보내고 있어요.


  '무지개인간아,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돼. 먹을 것만 골라 담으라고!'


  가방 속 지갑의 외침이었어요. 세 번의 '워워워'와 여섯 번의 선택으로 베이글 여섯 개와 크림치즈 두 개를 담아 집으로 왔습니다. 쫄깃한 베이글의 맛을 기대했지만 포장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핫플이니 한 번의 경험으로 만족한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그런데 또 다녀왔지요. (사)춘기가 그곳에 가서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말이죠. 가야죠. 그럼요 가야죠. 그래서 토요일 아침부터 제주시에서 출발해 열심히 구좌읍 동복리까지 50분을 달려갔습니다. 9시부터 캐치테이블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9시 땡! 하면 '먹고 갈게요' 예약도 잊지 않았고요. 치밀한 시간 관리 덕분에 주차를 하고 대기 없이 바로 입장을 했습니다. 이미 한 차례 방문을 한 적이 있기에 지난번보다 여유롭게 공간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트레이를 들고 종이를 깔았지요. 이제부터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그리고 몇 가지 기준에 맞는 빠른 속도도 필요합니다.


이 맛있어 보이는 베이글은 내가 진짜 먹고 싶은 것일까?
이 조합은 내가 좋아하는 맛일까?
다 담을 수는 없다. 꼭 맛보고 싶은 베이글인가?
두 번째지만 다시 오기는 힘들다. 이곳에만 파는 특별한 베이글인가?
지금까지 얼마인가? 반올림해서 얼른 계산기를 두드려라.


  배가 고파도 계산을 끝낼 때까지 긴장을 풀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옆에서 또 사람들이 밀려 들어오거든요. 게다가 베이글 고르기가 끝나면 바로 묻습니다.


  "고르신 베이글에 어울릴 만한 크림치즈 추천해 드릴까요?"

  하하, 저는 이곳에서 구매한 이력이 있는 경력자입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 대답을 지갑이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지갑은 여러모로 경력자를 좋아할 것 같습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무지개인간



  런던베이글뮤지엄은 힘들어도 오픈런이 정답입니다. 오래 기다려도 매장에서 먹고 가기가 정답이고요. 춘기가 시킨 트러플 향이 가득한 머시룸 트러블 수프(이것은 가격이 특히 더 사악합니다. 12,800원)와 함께 먹으니 정말 정말 맛있더라고요. 정말 열심히 일하고 돈 벌고 싶어지는 맛이었습니다. 동기부여가 되었지요.






  공간을 매력적으로 잘 채우는 런던베이글뮤지엄 사장님의 또 다른 가게인 카페 레이어드입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처음 방문한 날 1시간이 넘는 대기 시간을 이용해 잠시 머물렀습니다. 스콘맛집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미 커피를 한 잔 마신 날이라서 빵만 먹기로 했어요. 그래서 스콘 대신 소금빵을 먹었지요. 이곳도 소금빵의 종류가 아주 많았어요. 다 먹고 싶을 정도로!


  그래도 힘겹게 두 가지만 골라 담았습니다. 에이드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오후 2시쯤이지만 sold out이라 정말 빵만 먹었어요. 레몬과 셀러리가 든 시원한 생수와 함께 말이죠.


  소금빵이 정말 맛있었어요! 제 마음속 제주에서 최고로 맛있는 소금빵이었습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오픈런 하기 전까지는 그랬는데 말이죠, 지금은 조금 흔들리네요.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무엇을 골라야 할지. 심도 있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오픈런이나 오전 방문이 가능하다면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오후에 이곳을 동복리를 지나갈 일이 있다면 카페 레이어드의 소금빵을 포장하겠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쓸데없이 진지한 먹을 계획적이네요.



  

  랜선 맛집 탐방은 즐거우셨나요? 너무 길어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제주는 이번 주 내내 비가 내립니다. 혹시 제주를 방문하신다면 안전 운전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저는 빗소리를 들으며 읽던 책을 마저 읽으러 갑니다. 즐거운 일요일 오후 보내세요.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명품이 없나 명품백이 없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