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살 농부의 독서 학원
"우리 애는 뭐든지 다 해보려고 해. 가만히 좀 쉬면 좋겠는데..."
"아유, 그것도 애살(경상도 방언, 무엇을 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이지. 그런 마음은 가르쳐 주는 학원도 없어요. 타고난 열정이야."
가끔 의욕이 넘치는 자녀를 둔 엄마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단점인 듯 장점인 자녀에 대한 투정을 들어요. 지금은 허허 웃지만 제 아이가 어렸을 때는 속으로 많이 부러워했답니다. 애살은 정말 돈 주고 배울 수도 없거든요.
모르는 수학 문제는 '애살 있게' 끝까지 잡고 있고 오답은 오답노트로 정리해 보기
덜한 숙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애살 있게' 다 마치고 침대로 들어가기
어려운 피아노 악보를 만나도 포기하지 않고 '애살 있게' 연습해서 마스터하기
우리 아이가 애살을 타고났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잔소리가 반 컵으로 줄어들 텐데 말이죠.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학원에서도 '애살 있게'는 존재해요.
고전 문학을 읽다가 세계사를 찾아보며 시대적 배경 더 알아보기, '애살 있게'
사회탐구(경제-돈)를 읽다가 지폐 인물의 보고 위인전 읽어보기, '애살 있게'
전래동화를 읽다가 모르는 물건의 단어를 보고 사전과 자연관찰책 더 찾아보기, '애살 있게'
명작을 읽다가 비슷한 내용의 전래 고전 찾아 읽어보기, '애살 있게'
몇 가지만 적었을 뿐인데 학원에 오는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애살을 요구했는지 피식 웃음이 나네요.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해볼까?' 말을 던지고 함께 찾아보고 읽어보지만, 애살이 습관이 되려면 한참은 걸리겠죠?
애살은 돈 주고도 못 배운다며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 씨앗이 되었을까요? 애살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심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어요. 물론 가르칠 수 없다고 포기하는 선생님은 아니고요, 우리 학원은 온실(실내)이니 사계절 내내 씨앗을 뿌려야겠어요. 바람이 세게 부는 날도 씨앗이 날아갈 걱정이 없으니 열심히 뿌리고, 칭찬과 관심을 쏟아야겠어요. 애살 있게.
후편 <눈치 속성 과외>가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