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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인간 Jul 22. 2023

푸바오와 판다와 사자

  요즘 제가 가장 기다리는 소식은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의 성장 일기입니다. 유튜브로 쌍둥이들의 탄생뿐만 아니라 푸바오의 성장 기록까지 '1일 1 판다'를 만나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판다가 대나무를 먹는 모습을 보고 왔지만 ‘판다는 판다’일 뿐이었는데 요즘 영상으로 만나는 판다들은 행동 하나하나가 마치 사람처럼 기분을 표현하는 것 같아 신기하더라고요. 아직 반려동물은 없지만, 반려동물이 생긴다면 뒤늦게 낳은 귀한 막내 느낌일 것 같습니다.

  

  이번 주 독서교실 1, 2학년들의 신문 활용 수업은 쌍둥이 여동생의 탄생으로 <언니가 된 푸바오>의 이야기로 준비했습니다. 신문 기사는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반응도 'REAL'입니다. 그들을 보는 제 시선도 'REAL'이고요. 어린이들이 생각을 하고 슥슥 무언가를 적는 모습이 정말 귀엽습니다. 말도 못 하게 귀여워서 웃음이 빵 터져버린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에버랜드 몰래, 쌍둥이의 부모인 러바오와 아이바오와 상의도 없이, 푸바오에게 귀띔도 하지 않고, 얼마 전에 태어난 쌍둥이 판다의 이름을 지어 보았습니다. 잠시 어린이가 되어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즐거운 관람(?) 부탁드립니다.




저는 동바오, 둥바오로 이름을 붙이고 싶어요.
왜냐하면 푸바오의 동생이고, 쌍둥이기 때문입니다.


  푸바오의 동생이라서 동(생)바오, (쌍)둥바오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다는 1학년 어린이입니다.

  무난한 듯 하지만 한글 배우기에 푹 빠진 어린이의 모습이 보이죠? 알고 있는 낱말을 활용해서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생각이 많은 날에는 이렇게 단순하고, 기본에 충실한 태도도 충분해 보입니다.




꼬맹이와 토실이로 붙이고 싶어요.
정말 작고 토실토실한 아이들이니까요.


  얼마 전에 작고 귀여운 아기 강아지와 가족이 되었다는 2학년 어린이는 판다 쌍둥이를 보며 집에 있는 '푸딩이'를 생각한 것 같아요. 꼬맹이와 토실이라는 이름에서 반갑다고 꼬리 치는 푸딩이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아야와 때때로 이름을 지어줄래요.
제가 보니까 아기들은 이런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집에서는 외동이지만 집안 어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1학년 어린이는 친척 동생, 친구의 동생이 자라는 모습을 자주 본 것 같아요. 쌍둥이 판다의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야야 야야', '때때때때'라고 옹알이하는 아기의 모습을 떠올렸네요.


  비록 글로 접하는 소식이지만 어린이들에게 갓 태어난 쌍둥이 판다의 모습을 그려보는 상상은 어려운 게 아니었어요. 내가 가진 경험과 나에게 주어진 환경 안에서 충분히 그 느낌을 떠올릴 수 있더라고요.


  경험이 상상력과 창의력의 좋은 재료가 되어 주네요.




단팥, 빵이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1학년 어린이는 판다를 본 순간, 좋아하는 단팥빵이 생각났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니 하얗고 촉촉한 속살 안에 단팥을 품은 단팥빵을 반으로 가르는 상상을 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어요. 아이코, 단팥빵을 미리 준비해 두었으면 이어 나온 '꼬르륵' 장단에도 맞춰줄 수 있었는데 아쉽네요.  


초콜릿과 콜라로 지을래요.


딸기, 포도라고 불리면 좋겠어요.



  두 어린이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나눠 먹고 싶다며 초콜릿과 콜라, 딸기와 포도로 지었어요. 딸기와 포도는 쌍둥이 판다가 좋아할 것 같은데 초콜릿과 콜라는... 음, 아마 강바오, 송바오 할아버지께 혼날 것 같은 느낌이네요.

 

  우리 생활에서 의, 식, 주 모두 소중하지만 '식'은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게다가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고 싶다는 것은 어른들의 '밥 한 끼 하자!'와 같은 아주 친밀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쌍둥이 판다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어린이들이 세상의 일에 아주 관심이 많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고요.


  어린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선물해야 할 의무가 어른들에게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판다는 원래 판다니까 '판다',
살 사람도 필요하니까 '사자'
 어때요?




  2학년 우현이의 이야기에 아주 빵! 터져버렸습니다. 쌍둥이 판다(Panda)의 이름을 '팔다'의 활용형인 '판다'로 아주 재치 있게 지어 주었어요. 아빠 러바오와 엄마 아이바오가 쌍둥이를 낳지 않았다면 아주 아쉬울 뻔 한 작명입니다. 우현이의 작명 센스로 쌍둥이 판다들이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때에 에버랜드 판다월드에 간다면 '판다'와 '사자'가 함께 사는 모습을 볼 수 있겠네요.


  어린이들의 말은 언제나 이유가 있고, 특별한 스토리를 담고 있어요. 그래서 어린이들의 이야기에는 몸을 낮추고 시선을 맞추며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다음 주에도 한 주의 이야기를 담아 매거진을 발행할게요.

  어떤 이야기가 담길지 기대해 주세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사진의 출처는 에버랜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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