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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인간 Jul 15. 2023

인어공주가 나타났습니다

안데르센 <인어공주> @무지개인간


인어 공주는 공기의 요정이 되어 하늘 위 구름 속으로 올라갔어요.


  덴마크의 동화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인어공주>에 나오는 결말입니다. 열다섯 번째 생일 때 본 왕자에게 첫눈에 반해 사람이 되고 싶었던 인어공주는 마녀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사람이 되는 마법 약을 받게 되지요. 대신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주고 말입니다. 그러나 왕자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물거품으로 변해가다 아름다운 마음씨 덕분에 공기의 요정이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인어공주는 살아 있습니다. 두 다리를 가지고 사람의 심장과 영혼을 가졌어요. 하지만 여전히 목소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독서 교실의 어린이들은 인어공주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접니다!


  

저도 한마디 말도 나오지 않았어요 @무지개인간


  

  우선 사과부터 드립니다. 천천히 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어찌 된 일인고 하니, 금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목이 붓거나 통증이 있는 것은 아닌데, 말을 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당장 오후부터 시작될 오늘 수업이 걱정되었지요. 그래도 어찌할 수가 없으니 침착하게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며 그저 기적처럼 오후가 되면 목이 풀리길 기다리는 수밖에요. 하지만 오후 1시가 되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어린이들이 하나둘씩 독서교실로 오기 시작합니다. 평소처럼 반가운 인사 대신 <인어공주> 책을 들고 어린이들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제 책상 앞에도 <인어공주> 책을 이름표처럼 세워두었지요.


선생님, 인어공주야.


  (죄송합니다.) 독서교실 어린이들은 책을 펴서 증거를 내밀며 이야기를 했더니 반은 억지로 믿(어 주)고, 반은 아무리 설득해도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안 나오는 목소리로 바닷속 절친인 향유고래를 이야기를 지어내고, 수영을 못하는 친구들은 든든한 용왕님 '빽'이 생겼으니 앞으로는 걱정하지 말라는 둥의 이야기를 지어내느라 우뇌가 무척 바빴습니다. 여하튼 육지 인어공주는 두 다리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똑 닮았습니다.


  밤 사이 마녀에게 목소리를 빼앗긴 덕분에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을 못 하는 인어공주의 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육지 인어공주는 독서교실 어린이들과 등하원 때 뵙는 어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뿐인데 깊은 바닷속 인어공주는 멋진 왕자님을 앞에 두고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게다가 육지 인어공주는 독서 교실을 찾아주시는 어머님께서 '인어공주'가 된 제 모습을 즐거운 이벤트로 받아주셔서 감사하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인어공주로 사는 하루가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는 아침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목소리를 잃은 날 아침이 밝아오자 인어공주는 왕자를 깨우러 갔지요.


일어나.


  목에 손바닥을 지그시 대고 고요한 바다의 잔잔한 물결처럼 말했을 뿐인데 낯선 목소리에 깜짝 놀란 왕자는 지체 없이, 즉시 일어났지요. 덕분에 아침 시간이 여유로워졌습니다. 동화 속 인어공주는 슬픈 결말을 맞이했지만 육지 인어공주는 목소리 덕분에 신나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기도 합니다.


 아, 그날 드레스까지 입었으면 완벽했는데!


  마지막으로 음악 선물을 드리고 육지 인어공주는 이만 떠나갈게요.

  반주만으로도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OST 중 <Under the Sea>를 들으며 인어공주의 행복을 빌어주세요.

  그리고 중간에 읽기를 중단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을 텐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독자님의 인내심과 경청에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The Little Mermaid (인어공주) OST - Under the Sea (Lyrics 해석)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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