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의 마지막 날, 나에게

by 무지개인간

2026년의 입춘을 앞두고 2026년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을, 나에게 미리 안부를 물어본다. 올해도 나는 무척 애를 쓰며 열심히 살았을 거라는 확신에 작은 먼지 만한 의심도 없기 때문이다. 새해가 되기 전에 배우고 싶은 것, 이어가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생겼다. 그리고 그것을 해보기로 했다. 아마도 지난해는 내내 바빴지만, 무언가 해낸 것이 없다는 냉정한 평가가 그런 욕구에 불을 지폈으리라. 이번에도 빠릿빠릿한 내 손가락은 머리와 상의를 하지 않고 질러버렸다. 여러 가지를. 덕분에 조금의 걱정과 우려를 담아 2026년의 마지막 날을 위한 쪽지를 남겨본다.



무지개인간아,

내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거였어. 할 만했니?


나는 함께 글을 쓸 사람에 늘 목말라 있었다. 결이 비슷하고 의지와 의욕이 지속 가능한 팀원들과 신나게 글을 쓸 모임을 찾고 있었는데, 어느 날 광고에 꽂힌 것이다.

'ㅇㅇ사이버대학 문예창작과'

그 길로 원서를 내고 적성검사를 제출하고, 입학금을 냈더니 합격 소식과 함께 학번이 날아왔고, 오늘 아침에는 10시가 되자마자 수강 신청을 했다. 전공 네 과목과 교양 두 과목을 해서 신청할 수 있는 총 18학점을 모두 등록했다. 머리는 여전히 '이게 맞나,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만 덕지덕지 달고 있는데, 대책 없는 손가락이 앞지르고 말았다. 어떻게든 머리는 해내더라고, 라면서.


애썼다. 바쁜 시간 쪼개서 수업 듣고 시험을 치른다고 고생이 많았어. 장학금은 받았니?




무지개인간아, 첫 영성체 교리 봉사도 정말 애썼어.


지난 1년 동안 주일학교 봉사를 했다. 유치부부터 초등 1, 2학년들과 함께 미사를 드리고 교리를 나눴다. 다만 다니는 성당에는 주일학교 교리 교재가 없어 따로 만들어 가야 했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에는 시간을 내서 교리 활동지를 만들었다. 전례 시기에 맞춰 성월 자료를 준비하기도 했고, 주일에 맞는 교리 활동지를 만들어 가기도 했다. 자료를 찾고 정리하고, 소책자 형태로 인쇄물을 만드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디자인 실력과 창의력이 자란 한 해였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경청하는 모습은 얼마나 큰 기쁨이 되었는지!


그래도 봉사는 힘이 든다. 시간과 마음을 봉헌하는 봉사는 '저에게 주어진 할 일을 할 뿐'이라며 아무 생각도 없이 해야지, 조금이라도 보상을 받을 생각을 하면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탈출각'을 재고 있었는데, 결국 실패하고 2026년에도 봉사를 하게 되었다. 무려 첫 영성체 교리를. 이번에는 몸이 움직이지 않는데, 머리가 벌써 첫 만남 시간을 그리며 어떤 것을 준비해 볼까 고민하고 있다. 책임감이 어깨를 누르지만, 머리가 먼저 움직이는 일은 가슴이 뛰는 일, 내가 원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쩌다 첫 영성체 교리를 맡게 되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아마도 막내의 첫 영성체를 통해 어린 시절, 지난 과거를 치유받은 시간이었잖아. 이번에도 치유의 시간을 선물 받을 것 같아. 이왕이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하길 진심으로 기도해.




생애 첫 출간을 축하해!


올해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책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것도 두 권이나. 이럴 때는 '욕심쟁이 우후훗'이라는 오래된 유행어를 외쳐줘야 한다. 이번 여름 출간을 목표로 쓰고 있는 첫 번째 책은 비슷한 교육관을 가진 일터의 동료들과 초등 교육, 독서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작년 12월에 "해 보자!"라고 제안을 해 1월에 방향을 잡고 개요를 짰다. 그리고 각자의 글을 들고 2월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풍부한 경험이 귀한 보석이라 이대로라면 유채꽃 필 무렵, 우리의 퇴고도 발화를 시작할 것이다.


또 하나는 지난봄부터 쓰고 있던 소설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감성이 비슷한 지인과 아무도 몰래 소설을 쓰고 있었다. 우리를 아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극비로 소설 쓰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다. 소설을 쓰는 것 자체가 즐겁고, 소설의 미래의 그려보는 것은 설레는 일이었다. 그래서 어느 가을쯤 세상에 내놓기로 했는데... 주변 사람들과 세상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는데, 각자의 삶이 바빠 미루어졌다. 올해는 다시 우리의 소설 감성을 찾아 마무리하고 싶다. 여자가 칼을 뽑았으면 뭐라도 베야지. 여하튼 이건 꼭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에서 드는 생각이다.


이루었으면 좋겠다니! 하루를 32시간처럼 살았구먼. 일하느라 공부하느라 글 쓰느라 밥은 먹고 다녔지? 살도 빠진 거야?



말이 나온 김에 살은 좀 빠졌지? 작년 사진을 쭉 보니 지난여름에 엄청 아팠던 이후로 붓기도 있고 건강이 좋지 않아 보였어. 자주 걷고 좋은 음식 먹으며 몸도 잘 챙기길 바라.


일터의 이야기도 조금은 하고 싶은데 말이야.

이건 생략하겠어. 스스로 열심히 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때'가 맞아야 하는 것도 있으니까 말이지. 그래도 욕심을 내봐. 항상 감사하는 마음도 잊지 말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산다는 것 자체로 감사할 일이 얼마나 많아.


나는 내가 새해에도 잘 살았으면 좋겠어.

후회가 남지 않을 선택을 하며 올해도 씩씩하게 살아내면 좋겠어.

잔물결에 일렁이지 말고, 스치는 바람에 흔들리지 말고 무지개인간답게.


좋은 일이 많이 있을 거야.

입춘에 보내는 나의 응원이 12월의 마지막 날까지 이어질 거야.


지금도 두쫀쿠 1/3 조각을 먹으면서 글을 쓰는 호사를 누리잖아. 내 인생, 올해도 좋은 일이 많이 준비되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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