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점심 약속 없으면 같이 먹자고 했다. 전에도 한 달에 한두 번은 같이 먹곤 했는데 이번엔 조금 뜸하다가 연락이 왔다. 바쁜가 보다 했고 나도 좀 바빴기에 서로 뜸했던 것이다. 밥 먹을 곳은 그 친구 일하는 사무실 쪽에 많기에 주로 그쪽에서 만났는데 이번엔 내가 일하는 사무실 쪽으로 온다고 했다.
"나 회사 그만뒀어." 그 친구는 만나자마자 생각도 못한 근황을 전했다. 그만둔 시점이 지난 7월이라고 하니 벌써 세 달 가까지 지난 것이다. 정년을 보장할 만한 회사는 아니었고, 요즘 세상에 회사를 그만두는 게 그다지 충격적인 일은 아니라지만 우리 나이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건 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는 건 맞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회사가 좀 어려워지자 직원들 급여를 삭감했으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직원에게 퇴사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급여는 9월까지 지급하되 퇴사는 7월에 하는 조건이었다고 한다.
오늘 급여와 퇴직금 정리차 은행에 방문했다가 나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3년 전에 나도 이직을 했기에 오래 근무한 회사를 그만두는 기분이 어떤지 알기에 그 친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 상황에 대한 '현타'가 왔다. 나이는 먹을 대로 먹었으며 특별한 기술은 없고, 형식적으로 정년은 정해진 회사이지만 상황이 되면 언제든 퇴사(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별한 대책이나 방법은 없다. 열심히 살 뿐이다. 그리고 혹시 모를 퇴사 상황에 대비해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이 대책이라면 대책이다. 좀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인식하면서 상황이 바뀌어도 삶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한참 회사에서 주가를 올리며 나름 좋은 조건으로 다닐 때 친구의 모습과 퇴사를 한 뒤 친구의 모습은 많이 달랐다. 늘 자신감에 가득 차 있고, 회사에 대한 신뢰와 믿음을 이야기하던 친구였기에 그런 모습은 더 쓸쓸해 보였다. 공백이 길지 않고 다시 가까운 곳에 일자리를 얻어 가끔 만나 점심을 먹게 되길 바라며 친구와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