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생긴 일
어제 출근할 때 생긴 일이다.
신분당선 환승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속도에 맞춰 바쁘게 걸었다. 신분당선은 별도 요금체계라 환승할 때 카드를 찍어야 한다. 카드 찍는 입구 맨 왼쪽에 있는 넓은 칸은 유모차나 휠체어 등 넓은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쓰라고 만든 것일 게다. 평소에 맞은편에 사람이 없으면 그 칸을 이용하곤 했는데 오늘은 맞은편에 전동 휠체어를 탄 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자동적으로 옆 칸으로 이동해서 카드를 찍으려는 찰나 어떤 여성이 바쁜 걸음으로 그 넓은 칸으로 들어가며 카드를 찍고 지나갔다. 순간. "야 씨*년아 내가 기다리고 있는데 그걸 찍고 들어가냐..".. 아주 짧은 순간 정적이 흘렀다. 욕설이 너무 적나라했다. 여간해선 일상에서 듣기 힘든 소리였다. 욕설을 들은 여성은 그냥 가려다 억울한 듯 뒤를 돌아보며 "아저씨 녹색 화살표 들어와서 들어갔어요."라고 대꾸했다. 그 남성은 또다시 같은 욕설을 섞어 응수하며 개찰구를 지나갔다.
나도 바쁜 출근길이었기에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느라 어떻게 진행됐는지 더 이상 보진 못했다. 누가 잘못했는지 생각해 봤다. 우선 개찰구 넓은 칸은 장애인이나 유모차, 노약자 등을 위한 배려 공간일 것이다. 따라서 그분들이 우선 사용하는 게 맞다. 더구나 당시 전동휠체어를 탄 분이 맞은편 기다리고 있었으니, 일단 다른 칸을 이용하는 게 배려고 매너다. 더구나 당시 옆칸에 줄이 그리 긴 것도 아니었다. 기껏 해야 두세 명 밖에 안되었고, 옆 칸의 사정상 살짝 끼어들면 끼어줄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런 면에서 그 여성이 순간 판단이나 배려가 부족했다.
그렇다고 그 남성도 잘 한건 아니다. 무턱대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리 욕을 하는 건 폭력이나 마찬가지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그리했으니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리 화가 난다고 해도 욕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건 용인되지 않는다. 누워서 침 뱉기다. 차라리 그냥 참았으면 좋았을 걸. '출근길 참 바쁜가 보네.' 정도로 생각하고, 지나쳤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니면, 정중하게 "내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렇게 들어오면 어떻게 해요." 정도의 톤으로 말했어도 좋았을 것을.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 노약자석이나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 있어도 앉지 않고, 노인이나 임산부, 장애인 등이 앞에 서 있으면 자리를 양보한다. 자기도 피곤하고 불편하지만 더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배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남성처럼 그런 순간에 욕설을 한다면, 어떤 사람은 배려하고 싶던 마음도 사라질 수 있다.
결국 서로서로가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삶이 점차 각박해져 가고 인간미가 없는 세상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남을 배려하고 산다. 이 최소한의 선이라도 지키기 위해선 사회적인 노력과 개인적인 노력 모두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