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풍요롭게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면 10분에서 15분 정도 걸린다. 출근길엔 아침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계절 따라 변하는 주위 풍경들을 감상하며 걷는 즐거움을 얻고, 퇴근길엔 약간 오르막길을 걸으며 운동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아침에 집에서 나와 삼분의 일쯤 걷는 동안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이렇게 선물 같은 아름다운 하루를 살게 해 주심에 감사하다고, 건강한 몸으로 걷고 보고 생각하면서 출근할 수 있게 하심에 감사하다고, 출근해서 일하면서 사랑과 지혜와 담대한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나를 힘들게 하고 있는 그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져 달라고. 나는 너무나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임을 알게 해 달라고. 나도 모르게 짓는 죄를 깨닫고 회개하는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이렇게 기도를 하면서 걷는 그 출근길을 '기도의 길'이라 이름 붙였다. 퇴근길엔 잘하지 않았는데 최근엔 퇴근길에도 한다. 오늘 하루 잘 마치고 따듯한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하심에 감사하다고 기도한다. 이렇게 기도를 하다 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나 교만하게 살려고 했던걸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지쳤고 마음에 병이 들었다. 내 힘으로 되지 않는 것을 하려고 하였고, 가지려고 했다. 삶은 가지려고 하면 풍요로워질 수 없다는 걸 늦게나마 깨닫고 있다. 삶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 채워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