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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런 삶

예술

누구의 작품인가

by 혼란스러워

매일 지나치는 출근길에 이런저런 꽃과 나무를 볼 수 있다. 하루하루 변하는 식물들을 지나치며 나도 조금씩 이렇게 변해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어느 봄날 메마른 나뭇가지에서 새 잎이 돋아나는 걸 발견하곤 생명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기도 하고, 봄과 여름 사이 순차적으로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그 아름다움에 반하기도 한다. 아파트 입구에서 도서관을 지나 지하철역까지 걷다보면 온갖 풀과 꽃, 나무 그 사이를 오가며 지저귀는 새들을 만난다. 아침 바람에 숨을 한가득 들이쉬고 내뱉으며 걸어가는 길이 나에겐 매일매일 새로운 그림과 조각상으로 채워지는 거대한 전시관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보면 주변에 핀 꽃이나 나무 그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그 예쁘고 아름다운 것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을 때 “예술이네.”라는 말을 내뱉곤 한다. 자연은 아름다운 것을 표현해 낸 예술의 총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연기를 잘 하는 사람, 노래를 잘 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우린 예술가라고 부른다. 수단이 다를 뿐 그들은 모두 자연이나 사람을 아름답게 표현한다. 예술의 근원은 자연이 아닐까 한다. 모든 아름다움은 자연에서 나왔고, 자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여러 인공물이 있지만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자연을 따라오지 못한다. 고정되지 않고, 수시로 변하며 죽고 새로 태어나는 것,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것은 유한성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예술의 극치는 자연이다. 어느 유명한 미술가의 그림을 보면서 무엇을 표현한 것이네, 무슨 주의네 하는 평을 하는 재주는 없지만 주변에 펼쳐진 자연을 보면서 감탄하며 감사하는 마음은 있다. 평생을 감상해도 모자랄 작품이 천지에 널려 있으니 유명한 그림을 몇십 개 갖고 있다는 재벌 회장 부럽지 않다. 하루도 빠짐없이 자연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창조물로 나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이 훌륭한 예술가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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