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뼈와 살을 단단하게 한 모험
어릴 때 시골에 자란 덕분에 산과 냇가를 들쑤시고 다닌 기억이 많다. 높은 절벽에 동굴이 있는데 그 안에 들어가면 박쥐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친구들과 절벽을 타다가 위험에 처했던 순간도 있었고, 넓은 저수지를 겁도 없이 헤엄쳐서 건너기도 했었다. 토끼를 잡는다며 눈 쌓인 산을 뛰어 다녔고, 여름엔 시원한 계곡에서 미역을 감고 가재를 잡으며 놀았다.
전쟁놀이를 한다며 산에서 나뭇가지로 움막 같은 걸 만들어 ‘본부’라고 했는데 꽤 아늑한 공간이었다. 그 안엔 나뭇가지와 솔방울, 잔 돌로 만든 총, 수류탄, 무전기 같은 것들을 보관했다. 칡을 캔다며 동네 형들과 친구들과 온 산을 파헤치기도 했고, 달콤한 과일이 먹고 싶으면 사과나 수박 등을 서리하기도 했다. 지금은 절도죄로 처벌 받겠지만 그 땐 아이들이 조금씩 서리하는 건 알고도 눈감아 주기도 했다.
겨울에 큰 연을 만들어 날리며 친구들과 누가 더 높이, 더 멀리 날리는지 시합을 했는데 그때 바라보던 눈부시게 파란 하늘색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냇가나 도랑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도 우리에겐 빼놓을 수 없는 놀이였다. 족대라고 하는 그물로 잡기도 했고, 힘이 센 형들은 큰 망치로 돌을 때려서 그 밑에 있는 물고기를 기절시켜 잡기도 했다.
대나무를 잘라 낚시대를 만들어 물가에서 낚시를 즐기기도 했는데 강태공도 울고 갈 평온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미꾸라지는 겨울철에 웅덩이 바닥 진흙속에 숨어 있는데 그걸 잡기 위해 여럿이서 웅덩이에 고인 물을 모두 퍼내기도 했다. 위험한 순간도 많았지만 지나고 나니 모두 추억이고 그리운 시절이다.
이런 내 어린 시절이 먼 옛날 인류 조상들의 수렵 채집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은 먹고 살기 위해 모험을 했다면, 나와 친구들은 놀이로 모험을 했다는 차이는 있겠다. 모험이 아닌 순간이 없었다. 산속을 다니며 놀던 것도 모험이었고, 물가에서 노는 것도 모두 모험이었다. 위험을 무릅쓴 모험을 하면서 내 뼈와 살이 단단해지고 지금의 내가 된 것 같다. 내 아이도 이런 모험을 많이 하면서 자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