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차 상담 때였다. 선생님이 성격 검사 결과 관련, 자아에 관해 설명하시면서 ‘사람의 자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이들은 부모다’라는 말씀을 꺼내시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선생님은 내가 30살이 넘도록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가슴속의 가장 깊고 어두운 방에 불을 켜셨다.
선생님이 우연히 문제를 찾아내셨든, 나와 이야기하면서 이미 문제점을 간파하셨든 중요한 것은, 내가 애초에 말할 생각도 없던 주제,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제를 발견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날 상담 내내 울었다.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가시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으나 문제는, 이 가시가 한 번의 상담으로 사라지기엔 너무 두껍고 깊이 박혀있었다는 거였다.
드러난 문제가 미처 치유되기도 전에, 오히려 더 큰 문제들이 연달아 찾아왔다. 다음 3회 차 상담 기일을 잡은 이후, 직장에서 민원인, 동료 갈등 등의 사건이 있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할 수 있었을 “그러려니”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온갖 쓰레기 같은 감정을 배출하지 못하고 토박토박 썩혀오는 중인데, 문제가 찾아오자 그동안 이를 악물고 버텨 하나하나 쌓아온 돌탑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무너진 돌탑은 처참하게 짓밟히고 걷어차여선 회복의 여지조차 없어 보였다. 그것이 내 마음과 정신의 상태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