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런 때가 있었어
밤이 오는 게 무서울 때가 있어
낮 동안
애써 못 본 척한
생각이
감정이
마음이
줄곧 내 옆에
버젓이 서 있었고
어느 순간
나를 둘러싸고 있다는 걸
덜컥
깨닫게 되는 시간이라서
자는 동안
그것들이
빤히 지켜보고
툭툭 치고
잡아당기고
피가 날 때까지 긁고
멍들 때까지 치리라는 걸
그 아픔에
들었던 잠에서도
고통스럽게
깰 거라는 걸
알아서
잠들 때가 무서울 때가 있어
그래도
잘 잤으면 좋겠어
나를 슬프게 하는
생각과 감정과 마음은
결국
나로부터 태동(胎動)한 괴로움
그 절망의 심연을
외면하지 말고
고스란히 품은 채
언젠가는
그 문신같은 상처가
흐릿해질 걸 믿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