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근무의 파도를 타고 흘러 흘러 집으로 가고 싶다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尹東柱, 少年

by Rain Dawson

감정을 뒤흔드는 에피소드까지는 아닌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기고 심지어 감개무량하기까지 한 서연의 심정으로 미루어보아, 아니라고,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뇌었던 말들은 사실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신고출동 나가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데, 서연은 해파리처럼 투명하고 흐물거리는 성향을 지닌지라, 다양한 이들의 다양한 감정 다양한 말투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느낀다.


특히 힘든 것은 경찰관을 비꼬고 빈정거리고 모멸감을 주려는 이들이다.

"지금 당장 하시든가요"라느니, (명령조+비꼬기)

"자꾸 부탁 부탁 하시는데 들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부탁, 이라고 하시니까."라느니.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릴 수 없고 협조를 요청하는 것에 대한 빈정거림)

이런 류는 예의 바른듯하나 대놓고 욕하는 것만큼이나 거슬린다. 서연에게는 그렇다.


사고를 당한 사람(가해자, 라고도 할 수 있을 것)에게 인적사항을 묻자,

"아 말하기 싫다고요. (현장에 있지도 않은) 아빠한테 물어보라고요."

도움을 줘야만 하는 입장에선 참 난처하다.


해파리 같은 경찰관을 앞에 두고 파워게임에서 이기기는 아주 쉬울 것 같다... 는 생각에 서연은 슬퍼지면서도 씁쓸하다. 젠 분노할 여력도 의지도 없다. 그것이 무엇을 바꾸겠는가? 잡아 늘이면 늘어지는 대로, 밟으면 밟히는 대로 수동적으로 처신하면 그뿐이다.


누굴 탓해? 목소리도 크지 않고 고분고분한 말투를 가진 것을 원망해라! 머릿속에 생성된 어떤 목소리.


땅에 처박힌 공권력. 그러나 그 공권력이 시민에게 총칼을 겨누었던 역사를 생각하면 마냥 한탄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그러운 소리로 가득했던 그때의 역사가 형벌이 되어 내가 지고 있다는 연좌제의 희생자 노릇부터,

아니야... 단지 내가 말로 사람을 기죽이지 못하고 위엄이 없고 절절매서야, 에 이르는 자기 객관화.


술에 잔뜩 취해 남의 아파트 단지에서 고래고래 고성을 지르고, 벗어버린 신발을 아무렇게나 주위에 팽개친 아주머니(할머니?) 신고를 나갔다. 먼저 괜찮으시냐고 묻는 서연에게 말한다.

"야, 너 뭔데? 짭, 짭, 짭, (보기만 해도 언짢은 손놀림과 함께. 묘사 생략) 알지?"

N번째 모멸감


부정적인 말은 내가 안 받으면 그만이라는데, 날아오는 돌을 가만 서서 맞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도저히 안 받을 수가 없다. 내가 받고 안 받고가 아니라, 억지로 세워놓고 돌팔매질을 하는 격이니까.


맷집이 먼저 세어질까, 정신이 먼저 나락으로 갈까


이곳에서의 적절한 생존법을, 10년이 지나도록 배우지를 못했다.


그렇지만 따뜻한 말투와 표정으로 경찰관을 대해준 선하고 친절한...

주운 돈을 신고하러 오신 분,

사고를 겪고도 예의를 지켜주신 분(위 準가해자의 상대방),

공원 소음 신고가 들어왔다고 하자 연신 죄송하다, 를 연발하며 즉시 술판을 걷고 늦은 밤 고생하신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귀가하신 젊은이들...


그 찬란한 마음씨를 기억하니 위축되고 얼어붙었던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듯하다. 다행이다. 그런 분들도 만나서. 서연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