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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조교 형은 나와 친한 사람인데, 제리가 새로 들어왔을 때 형이 나에게 과 후배라며 인사시켜 주었다. 3개월 전쯤의 일이었다. 그 애를 처음 보았을 때, 말 되게 안 듣게 생겼다고 생각했었다.
형은 어딜 가든 제리를 꼭 챙겼고, 원래 형과 다니던 나까지 의도치 않게 그 애와 같이 다니게 됐다. 그러다가 형이 바빠서 같이 다닐 수 없는 때가 잦아지는 바람에 내가 제리를 챙기는 모양새가 된 거라고 보면 되겠다.
혹자는 제리가 예쁘장한 후배이기 때문에 챙기게 된 건 아닌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외모 때문에 그 애랑 가까워진 건 더더욱 아니었다. 같이 공부하는 여자 중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는 얼마든지 있었다.
제리는 꾸미기 좋아하고 화사한 같은 나이대 여학생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외모에 전혀 관심이 없는지 항상 똑같은 머리에 기초적인 화장한 것도 본 적이 없다. 어느 때는 다크서클이 져 있는데 피부가 하얘서 그런지 그 불필요한 음영이 더 뚜렷해 보였다. 키에 비해 비쩍 마른 데다 아무 옷이나 ‘걸쳐’ 입고 다녔다.
그 애는 독서실의 여학생들 틈에서 소외되는 것 같기도 했다. 그건 제리의 사정이니까 그렇다고 치고, 적어도 제리에게는 뒤통수치지는 않을 것 같은 투명한 느낌을 주는 데가 있었다.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어렵고 복잡한 인간관계가 싫증 난 터에, 별 계산 없고 단순한 제리는 같이 다니기 편한 사람이었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사람인 그 애에겐 잘 보일 필요도, 어렵게 대화를 이어갈 필요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