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라는 사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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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in Dawson

제리는 여름의 나뭇잎처럼 푸르러야 할 시기에 너무 일찍 수험생활을 택해서인지, 햇빛보기를 거부하는 두더지처럼 창백하고 이끼만큼이나 칙칙했다. 그런 음(陰)에 가까운 에너지가 오히려 나를 기운 나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 같이 밥 먹고 오는 길에 편의점이나 카페에 들러, 각자의 커피 같은 걸 사 들고(가끔은 서로 사주거나) 다시 독서실에 와 공부하는 정도였다.



제리가 오전 공강인 날, 같이 아침 식사를 하고 독서실로 가는 길에 핸드폰을 봤더니 여자친구의 문자가 와 있다.


<아직 아침엔 쌀쌀하네. 감기 조심해. 밥 잘 챙겨 먹고 공부해. 사랑해>


나의 여자친구, 그녀는 내가 졸업하기도 전에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내게 아침마다 사랑한다고 문자를 보내주는 살뜰한 사람.


"이거 봐라.”

내가 제리의 눈앞에 불쑥 여자친구의 문자를 들이밀었다.


"오, 여자친구 있는지 몰랐네요?”


"응, 매일 문자 보내줘. 아침마다.”


"원래 연인끼리는 그러는 거 아닌가?”


"난 연락을 거의 못 해줘. 공부하느라.”


"못 하는 게 어딨어요. 안 하는 거지.”


"핸드폰만 붙들고 있으면 언제 합격하냐?”


"누가 붙들고 있으래요? 같이 아침마다 안부 묻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되지. 잘 때는 잘 자라고 인사하고.”


"내가 처음엔 안 그랬겠냐? 그래서 수험생활이 이렇게 길어지고 있잖아. 그 시간도 아껴야 빨리 합격하는 거다~”


"웃겨! 그냥 귀찮은 거면서.”


"넌 남친 없냐?”


"없어요.”


"아예 없었어?”


"네~”


"좋아하는 사람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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